담비가 멧돼지, 고라니 등 농업에 피해를 주고 있는 주요 동물들의 천적으로서 남한에서 자취를 감춘 호랑이를 대신해 최상위 포식자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14일 지난 4년간 원격무선추적, 무인센서카메라, 먹이분석 등을 활용한 담비(멸종위기Ⅱ급)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결과, 담비는 대형동물을 연중 사냥하는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이자 넓은 행동권을 지닌 우산종(Umbrella species)으로서 생태계 보전에 활용 가치가 큰 동물임이 밝혀졌다.
우산종은 행동권이 큰 동물의 서식지 보전이 공간 내 다른 종들을 함께 보호해 생물다양성이 유지된다는 개념으로 미국 옐로우스톤의 불곰, 인도와 러시아의 호랑이 등이 그 사례로 알려져 있다.
또 배설물(414점)을 통한 먹이분석 결과, 포유류의 경우 농민과 마찰을 빚는 주요 동물들의 천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멧돼지·고라니 등의 대형포유류가 담비 먹이의 8.5%를 차지하며 이는 담비 1무리(3마리)가 연간 고라니(성체) 또는 멧돼지(새끼) 9마리를 사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일 종으로는 잣, 호두, 밤 등 고소득 견과류에 피해를 주는 청설모가 먹이의 5.7%로 가장 많았고, 이는 담비 1무리(3마리)가 연중 75마리의 청설모를 사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양봉에 피해를 많이 주는 말벌이 전체 먹이의 2.4%를 차지했다.
또 담비는 멧돼지(5.1㎢), 삵(3.7㎢), 오소리(1.2㎢), 너구리(0.8㎢) 등의 행동권에 비해 10~20배가량 컸으며, 어미로부터 독립한 새끼는 40km 이상 멀리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원은 이를 통해 보호지역의 설정, 생태축 복원, 생태통로 조성 등에 활용 가치가 클 것으로 보여진다고 판단했다.
과학원 관계자는 “이러한 담비의 높은 보호·활용 가치를 유해 야생동물, 생태축, 보호지역 등의 관리 정책에 구체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국 유로저널 안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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