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나홀로 人事 스타일'로 인해 새 정부 내각 구성에서 장차관급 고위급 인사가 줄줄이 낙마하거나 사퇴하면서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이에대해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이 비판의 화살을 맞고 있고, 야당은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김용준(총리),김종훈(미래부 장관),이동흡(헌재소장),황철주 중소기업청장, 김학의 법무차관, 김병관 국방장관,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까지 인사 청문 과정에서 릴레이 사퇴한 후보자 7 명 등, 인선 중 교체된 청와대 비서관 5명, 돌연 사퇴한 최대석 인수위원까지 합치면 12 명까지 되면서 민주당은 이를 '낙마 축구팀'이라고 부르면서 민정수석을 비롯한 민정라인의 교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등을 요구했다.
특히 '책임총리' '창조경제' '중소기업 시대' 등 박 대통령이 평소 강조하던 분야에서 낙마자가 나왔다.
대기업의 횡포와 불공정 행위를 단속해야 할 공정거래위원장에도 김앤장과 율촌 등 대형 로펌에서 23년간 근무하며 주로 대기업 등 재벌과 다국적 기업의 이익의 이익을 대변해 공정위와 소송을 벌여온 세법 전문가로 재벌 변호해온인 한만수 변호사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추천하고 있어 경제민주화 포기선언과 다름없다는 비난 받은 끝에 결국 25일 스스로 돌연 사퇴했다.
외국기업들 변호 수임료나 자문료 중 일부를 국외에서 받아 조성하고 소득세 등을 탈루했을 가능성과 해외에 오랜동안 수십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두고 운용하며 탈세를 해온 의혹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법치의 확립이 우선 과제인 법무차관에 건설업자와의 유착설이 나돌던 인사를 앉힌 것이나 특정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 오너를 중소기업청장에 내정한 것 등은 철학과 인식의 부재에서 나온 것이란 지적이 많다.
특히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의 경우, 무기중개업체 유비엠텍 고문으로 재직한 경력이 있고 배우자는 군납업체 주식도 보유하고 있었다. 60만 군대를 지휘하고 한 해 30조원이 넘는 국방예산을 집행하는 국방장관을 맡기엔 그 자체로 부적격한데도 지명을 강행하는 무리수를 둔 것도 공직 인선에 대한 인사관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란 지적이다.
일부에선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당시 적용됐던 기준으로 3 명이 낙마했는 데 그 기준을 그대로 이번에 적용했으면 낙마자가 더 많았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문제가 되는 경우가 워낙 많다 보니 운 좋게 살아남은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한 달(25일)을 맞아 "구멍난 인사 시스템이 빚어낸 인사 참사 도미노의 한 달"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법안 제출 52일 만에 통과된 데 대해서도 "협상 내내 청와대의 브레이크와 가이드라인에 부딪혀야 했다. 중요한 모멘텀을 허비하지 않았다면 새 정부 출범 전 통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새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새누리당 대변인도 공식 논평을 통해 “국민의 눈엔 청와대의 허술한 인사검증이 한심하게 비치고 있다. 관계자들에 대해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0년 12월 출범해 박 대통령이 대선을 준비할 동안 싱크탱크 역할을 해왔던 국가미래연구원 김광두(서강대 교수·사진) 국가미래연구원장은 “내각을 구성할 때도 부패를 없애겠다는 등의 상징적인 가치를 내세웠어야 했는데 대상자 중에 이상한 사람이 섞여 있기도 해 무슨 가치를 추구하는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건 정부조직법 지연 처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근혜노믹스’의 전도사로도 불리는 김 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급 21명 중 5명이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란 점에 대해선 “대통령의 뜻을 잘 이해하고 있어 시행착오를 줄이고 정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대통령의 나 홀로 인사가 문제
전문가들은 '톱-다운(top-down ·상의하달)' 방식의 인사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인사위가 검증 결과 등을 토대로 3배수 정도를 추려 대통령에게 보고해 최종 낙점을 받아야 하는데, 대통령이 먼저 결정한 뒤 짧은 시간 내에 검증을 하다 보니 이런 일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능력이나 전문성 위주로 인사를 하는 것보다는 신뢰성 여부를 인선의 주요한 기준으로 삼아와
이런 인사 스타일이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총리 후보직에서 물러난 직후 김용준 전 인수위원장도 "처음 총리직 제의를 받았을 때 두 아들의 병역 면제 사실을 알리며 고사했지만 (박 대통령의) 뜻이 굳어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이와같은 결과에 대해 우선 박 대통령의 ‘수첩 인사’의 결과물에서 비롯된 홀로 하는 인선에서 벗어나 추천 채널을 다양화해 인재 풀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능력과 신뢰성도 중요하지만 시야를 확장해 도덕성도, 신선함·균형감각도 능력이다. 국민적 대탕평 기준은 출신 지역과 학교의 쏠림을 방지해야하는 데 이를 외면해 군 출신이 외교안보 라인을, 특정 대학 출신이 사정 라인을 싹쓸이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박 대통령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며 "인사 시스템을 대폭 바꾸지 않으면 국민뿐 아니라 대통령에게도 피해가 돌아간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인사 철학'의 부재란 목소리도 높다. 각각의 자리와 직무에 적합한 맞춤형 인사 기준과 도덕성의 잣대를 정하지 못하고 능력과 전문성만 앞세우다보니 '자리'와 '사람'의 이해가 서로 충돌하는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