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지난 16일 미국의 3대 완성차업체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에 5억 3천만 달러(한화 약 6000억 원) 규모의 헤드램프 및 리어램프를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 체결로 현대모비스는 크라이슬러에 5번째로 램프를 공급하게 됐으며, 계약 규모는 현대모비스가 이때까지 체결했던 램프 수주 계약 중 최대 규모다.
한 가지 부품을 5번이나 공급하는 것은 기술과 품질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것으로, 현대모비스는 2007년 처음으로 크라이슬러에 램프를 수주한 이후 꾸준히 계약 금액을 늘려 단일 부품을 5억불 이상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번 수주를 통해 현대모비스는 크라이슬러와 10년 넘게 유지해온 파트너십 관계를 더욱 공고히하게 됐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02년 스티어링 칼럼을 공급하는 것으로 처음 크라이슬러와 인연을 맺은 이후, 2006년에 크라이슬러 ‘지프 랭글러’에 컴플리트 섀시모듈, 2010년에는 ‘지프 그랜드 체로키’와 ‘닷지 듀랑고’에 프런트섀시모듈과 리어섀시모듈을 공급하는 등 적용 차종과 공급 품목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특히 최근 들어 크라이슬러가 현대모비스와의 램프 계약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현대모비스가 올해 초, 램프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기술로 평가받는 AILS의 개발을 완료하는 등 램프 기술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램프는 어두운 밤길을 주행할 때 시야를 밝혀주는 대표적인 안전장치임과 동시에 자동차의 외관 디자인을 구분 짓는 역할을 해 감성 품질에 큰 영향을 주는 부품이다.
이 때문에 램프 제조 업체는 할로겐이나 HID, LED 등 광원을 다양화해야 함은 물론 주행경로를 미리 비춰주는 등의 기술적인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LED Full AFLS의 상용화에 성공한데 이어 올해 초에는 아직 세계 선진업체들에도 생소한 기술인 AILS의 개발을 완료했다.
현대모비스는 이처럼 세계적인 램프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해외 완성차 업체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09년 BMW, 폭스바겐, 스바루와 램프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2011년에는 미쓰비시와 램프 계약을 완료했다.
현대모비스가 기술, 품질,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잇따라 유럽과 일본의 선진 자동차 업체들과 램프 계약을 성사시킴에 따라 향후 신흥 자동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램프 수주 가능성도 밝다.
램프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부품이라는 것도 현대모비스 측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고도의 광학기술이 집약돼 있어 상대적으로 신규업체가 진입하기에는 장벽이 높고, 다른 부품에 비해 단가가 높아 앞으로 수주를 확대하게 될 경우 현대모비스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현대모비스의 해외완성차업체에 대한 수출실적은 지난 2009년 5억 3000만 달러, 2010년 11억 7000만 달러, 2011년 18억 2000만 달러, 2012년엔 22억 6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급성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현대모비스가 해외 수출을 늘려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끊임없이 해외완성차 업체의 두터운 문을 노크하며 개최한 기술전시회가 있다.
현대모비스는 기술전시회를 통해 기존 북미·유럽·일본 등 자동차 선진시장을 끊임없이 노크하는 것은 물론, 인도와 중국 등 신흥시장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이런 강화된 해외영업활동을 통해 현대모비스는 오는 2020년까지 전체 매출의 20% 정도를 해외완성차로의 수출로 달성해 글로벌 톱 5 부품회사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