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과거사 사죄 발언에 시시때때로 변화를 보여 선진국 일본 총리의 자격에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최근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에 어떻게든 손을 대고 싶다는 야심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22일 일본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한국계인 하쿠 신쿤(白眞勳)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아베 내각이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후 50년(1995년)에는 무라야마 담화, 전후 60년(2005년)에는 고이즈미 담화가 나왔다.
전후 70년(2015년)을 맞이한 단계에서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담화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총선 전에는 무라야마 담화나 고노 담화 등 과거사 반성 담화를 모두 수정하겠다고 했다가 집권 후에는 2015년에 미래지향적인 '아베 담화'를 발표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아베 신조 총리도 2006년 10월 5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아시아의 나라들에 대해 큰 피해를 주고 상처를 준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거나 “나라로서 표명한 그대로라고 생각한다”는 등, 정부로서든 개인으로서든 계승해 간다고 명확히 표현했으나, 최근 반복해서
갈팡질팡의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한편,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첫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하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이번 주 일본 방문 계획도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로 22일 무산됐다.일본 정부 특사로 지난 2월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아소 부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정부의 이번 대응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외교장관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해 상당히 높은 강도로 대응했다는 평가다.
우리 정부가 조심스럽게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모색중인 상황에서 아베 내각의 2인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등 일본 각료 3명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한일관계 정상화 기류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다만 정부 일각에서는 일본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를 관리하고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한미일 3각 공조나 아베노믹스 등 경제 이슈를 감안할 때 양국간 대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참고: 무라야마 담화란 ?
전후 50주년의 종전기념일을 맞은 1995년 8월 15일, 당시 일본 총리였던 무라야마 도미이치 내각총리대신이 내각회의의 결정에 근거하여 일본이 태평양 전쟁과 전쟁 이전에 행한 침략이나 식민지 지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뜻을 표명한 담화이다.
이 담화에서는 “깊은 반성에 서서 독선적인 내셔널리즘을 물리치고,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 협조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평화의 이념과 민주주의를 널리 전하지 않으면 안됩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에 서 자주 논쟁거리가 된, 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도 없는 이러한 역사의 사실” 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이는 침략 ‘전쟁’에 대해 직접 사죄한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전쟁 중에 돌발적으로 일어난 침략 ‘행위’에 한정된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보상 등 여러 가지 개별적인 전후 처리 과제에 대해서는 “계속 성실히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2005년에는 자유민주당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도 아시아 여러 나라에 사죄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통해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의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게 막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습니다”라고 하거나, “역사의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여기에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의 뜻을 나타내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리는 마음을 표명합니다”라는 등의 내용은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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