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9, 연세대)가 이탈리아 페사로에서 열린 '2013 FIG 리듬체조 월드컵시리즈 페사로대회' 종목별 결선 리본과 곤봉에 출전해 리본 부문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리듬체조 선수가 국제체조연맹(FIG)이 주관하는 월드컵 대회 종목별 결선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목별 결선에서 5 위를 기록했던 리본과 함께 자신의 취약 종목으로 여겨지던 곤봉에서도 5위인개인 시즌베스트를 기록해 8위까지 진출 가능한 결승에 올라 리본 부문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본 결선 진출자 중 8번 째로 매트에 등장한 손연재는 올 시즌 자신의 리본 프로그램 곡인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그녀는 '흑조'를 연상시키는 검은색 코스튬을 입고 나타났다.
손연재는 '백조' 오데뜨가 아닌 악녀이자 '흑조'인 오딜로 변신했다.
아름다움과 동시에 한층 강렬한 연기를 펼치기 위해 '흑조'를 선택한 그녀는 음악의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발로 리본을 공중으로 던져 잡아내는 기술고 시작해 자신의 장기인 피에테 피봇을 능숙하게 구사했다. 특히, 손연재가 시도한 '9회전 포에테 피봇'은 자신만의 '필살기'가 됐다. 올 시즌 새롭게 가미된 댄스 스텝도 무난하게 소화했고 전체적으로 큰 실수가 없었다.
전광판에 나온 점수는 17.483점 개인종합에서 받은 17.233점 보다 더욱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종목 우승을 차지한 멜리티나 스타니우타(벨라루스 17.850)에 이어 2위에 오른 그녀는 월드컵시리즈 종목별 결선에서 처음으로 은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올렸다.
리본에 앞서 열린 곤봉 종목에 출전한 손연재는 결선 진출자 8명 중 가장 첫 번째로 메트에 등장했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곤봉을 머리 위에 올리고 스텝을 밟는 루틴을 보였지만 자잘한 실수로 17.067점을 받은 그녀는 개인종합 곤봉에서 받은 17.600점에 미치지 못했다.
한편, 손연재가 곤봉에서 받은 17.600점은 모든 종목을 통틀어 올 시즌 개인 최고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술과 예술, 수행점수 각 10점 씩 총 30점이 만점이었지만 올해부턴 예술 점수가 빠진 뒤 기술과 수행점수만으로 채점이 이뤄진다. 종목별 만점은 20점이다. 따라서 지난해까지 점수와는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능하다.또 올 시즌엔 리듬체조엔 리드믹 스텝이 의무적으로 포함되고, 각 기술의 난도 점수가 조정되는 등 채점 기준과 규정 등이 지난해와는 많이 바뀌었다.
보다 예술적인 방향으로 리듬체조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손연재는 대회가 거듭 될수록 점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손연재는 취약점으로 여겨졌던 곤봉의 경우 지난 리스본 월드컵에서 곤봉을 여러 차례 떨어뜨리며 15.000점을 받았고,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도 곤봉에서의 실수로 동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하지만 손연재는 곤봉에서 지난 대회에서 실수가 나온 부분을 보다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다듬는 등 곤봉에 공을 들였다.
한편 손연재는 개인종합 첫날 볼 종목 연기 도중 음악이 끊어지는 해프닝을 겪었다. 손연재는 음악 없이 연기를 마쳤고, 규정에 따라 모든 선수의 연기가 끝난 뒤 다시 한번 볼을 연기했다. 그러나 이미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