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조정이 따르지 않은 정년 60세 의무화는 중장년 근로자의 조기퇴직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일 ‘고령자 고용연장을 위한 임금체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근속연수가 길수록 임금과 생산성의 격차가 벌어지는 연공급 임금체계로 인해 고령자 고용불안이 야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근로자 평균연령은 지난 93년 34.3세에서 2011년 기준 39.6세로 5.3세 증가했다. 취업자연령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근로층도 1991년 30대에서 2011년에는 40대로 높아졌다. 특히, 같은 기간 제조업의 핵심근로층은 20대에서 40대로 크게 올라갔다.
대한상의는 “우리나라는 연공급적 임금체계인 호봉제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이 지난해 기준 75.5% 달하고 있어 동일직무의 근로자라도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상승폭이 선진국보다 큰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06년 기준 국내 제조업의 20년차 이상 근로자 임금은 신입직원에 비해 2.8배나 높았다. 이는 스웨덴(1.1배), 프랑스(1.3배), 영국(1.5배), 독일(1.9배) 등 유럽주요국이 1.1~1.9배인 것과 비교해 크게 높은 수치이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55세 이상 근로자의 임금은 34세 이하 근로자에 비해 302%였다. 반면 생산량과 부가가치는 각각 82%, 60%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상의는 “임금과 생산성 간의 괴리가 중장년 근로자의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며 “이들의 높은 임금수준에 비해 생산성이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기업은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의 방안을 강구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정년 60세 의무화와 관련해서 보고서는 “법으로 정년 연장을 의무화하면서 임금조정과 연계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며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더라도 임금과 생산성을 일치시키는 임금조정이 따르지 않을 경우 고령근로자의 고용안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정년 60세 하에서도 기업은 임금부담 등으로 여전히 희망퇴직 등을 통한 구조조정을 할 유인이 있다는 의미다.
대한상의는 “정년 60세 의무화는 직무·성과주의 임금체계와 같은 임금과 생산성을 일치시키는 임금체계의 도입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고령근로자의 실질적인 정년연장을 위해서는 ▲정년 60세 시행시 임금조정 의무화 ▲임금조정에 노조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노조와 성실한 협의로 도입요건 완화 ▲임금의 합리적 수준을 제시하는 등 정부의 임금정보 제공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중장년층의 고용연장 필요성에 대해서는 경제계도 공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연공급 임금체계가 생산성에 맞게 합리적으로 변화되지 않는 한 고령근로자의 실질적 정년연장은 장벽에 부딪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