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지만, 새누리당과 청와대에 10월 재보선 그리고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위한 간판 스타 부재로 또다른 고민이 벌써부터 부상하고 있다.
한 마디로 ‘선거의 여왕’의 빈자리가 갈수록 커져 보이지만, ‘포스트 박근혜’ 자리를 메꾸는 것 역시 대통령의 심경을 건드릴 수 있어 어려움이 많을 뿐만 아니라 모두 잠룡의 수준이다. 차기 서울 시장 자리마저 원희룡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관심을 갖고 있지만 현 박원순 시장에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대권에 있어서는 더욱더 심각해 야권의 안철수, 문재인, 박원순 등 쟁쟁한 대권 예비주자에 맞설 대항마로 부족하다는 우려 속에 갑자기 여권에 안대희 카드가 부상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에서 승승장구한 안 전 대법관이지만 지난 박근혜 캠프에서 박 후보가 삼고초려해 영입한 케이스로 당과 청와대에서 서울시장 후보감으로 적극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 위원장은 이미 2006년 6월 국회 대법관 인사 청문회에서 흠결이 유일하게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호평을 받은 인사다. 검찰 재직 시절 재산 공개에서는 전 재산이 2억 5천만원으로 검찰내에서 꼴찌를 기록할 정도로 청렴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2009년 대법관 시절 공개된 재산 역시 7억 6천만원대로 대법관 가운데 꼴찌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 17회 동기이기도 한 안 전 대법관은 검찰내에서 ‘특수통’으로 통할 정도로 유명인물이다. 25세 때 최연소 검사로 임용된 안 전 대법관이 ‘국민검사’로 주목을 받은 것은 중수부장 시절이다. 참여정부 시절에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하면서 한나라당을 ‘차떼기 정당’으로 만들었고 천막 당사 시대를 열게 한 장본인이다. 또한 고 노 전 대통령의 측근까지 구속시키면서 성역 없는 수사로 유명세를 탔다.
특히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직후에는 홀연히 일본으로 출국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줬다. 당시 집권 여당내에서는 차기 총리설부터 감사원장 등 핵심 인사가 있을 때마다 안 전 대법관의 이름이 거론되곤 했다. 하지만 안 전 대법관은 “내 임무가 끝났으니 떠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박근혜 정부 5년간 대통령이 임명하는 어떤 자리도 맡지 않겠다”고 밝혀 재차 호평을 받았다.
특히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박 시장과 맞짱을 떠 승리할 수 있는 대항마로 평가받고 있지만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측근 그룹입장에서 집권초기에 ‘포스트 박근혜’로 특정 인물이 주목받을 경우 국정 운영에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정몽준-이재오-김문수 등 여당내 비박 내지 반박 진영에서 박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카드로 ‘안대희 카드’가 활용될 경우 안 전 대법관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 역시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어 청와대내 비토세력이 나타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안 전 대법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사석에서 “나는 박근혜 정부 출범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고, 이 정부가 잘 되길 바라는 사람이다.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겠다”며 재보선이나 지방선거 출마설을 적극 부인하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어서 안 전 대법관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가시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