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파 성직자 하산 로우하니(64) 후보가 15일 예상을 뒤엎고 50.7%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되는 대이변이 발생해 아랍권에 충격을 주었다.
정치개혁과 대외관계 회복을 열망하며 투표를 독려했던 대다수 이란 유권자들조차 선거결과에 의아해하는 '놀라운 대이변'에 대해 경제제재로 악화된 생활고에 이란판 '아랍의 봄'의 우려가 선거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테헤란 시내에는 로우하니의 상징색인 보라색이 곳곳에 등장했고, 도심 거리를 가득 메운 수만명의 시민들은 "로우하니 만세, 잘 가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현 대통령)"를 연호했다.
서방 국가들,대환영 및 축하
핵 개발과 시리아 사태 등을 놓고 이란과 첨예하게 대립해 왔던 서방 국가들도 로우하니의 당선을 축하하며 직접 대화를 통한 문제 해법을 촉구했다.
이란 대선 이전부터 새 정부와의 직접 협상을 촉구해 온 미국 정부는 "이란 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축하하고 투표 결과를 존중한다"면서 "(새 정권이) 국민들의 의지를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담당 집행위원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당선자와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당선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국제사회에서 이란의 건설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대학생-여성이 선거혁명 주도
이란에 '제2의 하타미 시대'가 도래 기대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강경한 대외정책으로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아 경제가 파탄 직전에 이르자 미국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긴장을 해소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온 중도파로 로우하니에게 민심이 반영되었다는 분석이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정부에서 계속된 보수화에 지친 이란 젊은이들이 이번 '선거혁명'의 주역으로 평가된다. 로우하니는 대학생들에 대한 감시와 탄압을 줄이고, 여성들에게는 직업 선택에 있어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했다. 여성부 신설과 소수민족 보호도 그의 공약이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승리 요인은 중도·개혁 진영이 후보단일화에 성공한 것이다. 당초 중도·개혁파에서는 로우하니 외에도 무하마드 레자 아레프 후보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아레프는 선거 사흘 전 중도 사퇴했다. 중도·개혁 진영의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헌법수호위원회의 후보 심사에서 탈락, 출마도 하지 못했다. 반면 보수파에서는 여러 후보가 동시 출마해 표가 갈렸다.
이란 대통령 당선 로우하니는 누구인가 ?
이란 제11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하산 로우하니의 별명은
'외교의 달인(Diplomat Sheikh).'이다.
그는 최고국방위원회 위원, 대통령 국가안보자문,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사무총장, 핵협상 수석대표 등을 역임했기도 하지만 특히 핵협상 수석대표로서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핵개발을 지속한다'는 그가 보여준 능력은 아직도 많은 이란인의 기억에 남아 있다.
대선후보 6명 가운데 유일한 성직자인 그는 1948년 셈난 주 소르케에서 태어났다. 곰 신학원과 셈난 신학원에서 수학했고, 팔레비 왕조의 '샤(국왕)'에 반대하는 '반(反)샤'로 성장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반샤 연설을 한 그는 '이슬람 혁명의 아버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라프산자니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기간 내내 대통령 국가안보자문으로 활동했고, 개혁파 모함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 시절에도 6년간 이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