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의 발표와 함께 대학생들과 종교계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난데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서해 북방한계선) 발언 폭로로 정치권이 극한 대립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4일 지난 대선기간 불거졌던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로 직원들에게 인터넷 댓글 작업 등의 불법적인 행위를 수시로 지시한 혐의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 전 원장을 불구속하고 관련 국정원 직원들을 기소유예 처분함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남겼지만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사실만큼은 분명해진 것이다.
이와같은 발표가 있자 새누리당은 국정원사건과 선 긋기에 나섰고, 민주당 내에서는 박근혜정부의 정통성까지 부정하며 장외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들려오는 등 여야간에 폭로전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발표 직후 새누리당에 '검찰 수사 완료 후 국정조사 즉각 실시'라는 지난 3월 여야 원내대표 간의 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하면서 "여야 합의대로 국정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허니문이라고 얘기하는 집권 초기 여야 협력관계의 마감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요구에 대해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여야 당대표 간 회동이 있은 직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면서 "직접 관계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는 것은 정권 흔들기용 공세"라고 비난했다. 사실상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은 여야 모두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는 문제다. 새누리당의 경우는 자칫 이번 사건으로 시국선언에 나선 대학생들의 팻말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하라'하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 박근혜정부의 정통성 시비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국정조사 수용으로 민주당에 주도권을 빼앗겨 10월 재보선에서 절대 불리해질 수도 있다.
반면,최근 지지율이 10%대까지 폭락하며 위기에 몰린 민주당으로서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야 말로 대반전을 도모할 최상의 카드이기도 하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서해 북방한계선) 발언을 제기해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물타기를 시도했고, 국정원은 1 급 비밀로 분류되어 지금까지 비공개되어온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2급 비밀인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24일 공개했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 정보위원회가 지난 20일 회의록 발췌본을 열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NLL(서해 북방한계선) 발언과 관련해 조작·왜곡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을 뿐 아니라 여야 공히 전문 공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문서 전달 이유를 밝혔다.
국정원은 “6년 전 남북정상회담 내용이 현 시점에서 국가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하는 가운데 오히려 회담 내용의 진위를 둘러싸고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국가안보에 심각한 악영향이 초래됨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대해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25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국정원이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발췌록과 관련해 "국정원 자료는 쉽게 얘기하면 짝퉁 자료"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공개된 발췌본을 참여정부 당시에 기록을 생산했던 분들 의견을 들어보더라도 약간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자료가 진짜 자료니까 진짜 자료를 가지고 정확히 확인해서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국정원이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발췌록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NLL(서해 북방한계선) 포기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NLL 평화교섭을 NLL 포기라고 하는 것이다. 평화를 전쟁이라고 읽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대표는 "아무리 소극적으로 해석해도 안보 평화경제지대를 누려보자며 NLL을 설득하는 내용이라는 것을 찬찬히 읽어보면 알 수 있다"고 밝히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어공부를 다시 해라"고 꼬집었다.
전 원내대표는 또 "이 정도로 국정원이 (대선개입 의혹 사건)국정조사를 막겠다고 한다면 참으로 한심한 일이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라며 "6월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채택하기 위해서는 내일까지 48시간이 남았다"면서 "48시간 이내 응답이 없을 경우, 우리는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정원의 '공작 정치'가 여의도 정치를 점령했고, 새누리당의 '물타기 정치'에 국회가 침몰할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원이 국론분열과 국가안보 등의 이유로 전문을 공개함에 따라 앞으로 정치권의 갈등과 이를 둘러싼 파장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여 공개 결정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 유로저널 단독 사설 3 면>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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