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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넬리유 포룸보이우Corneliu Porumboiu, 프랑스 개봉 2016년 2월 10일

< 더 트레져 Le Trésor > 보물섬을 찾아서


누구나 한번쯤은 지구의 어느 곳에 묻혀있을지도 모르는 보물을 찾아 나서는 모험을 꿈꾸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만화영화에서 본 존 실버 선장의 모습은 일상이라는 쳇바퀴 속에서 희미한 기억이 되어버렸지만 그 여운은 헐리우드식 활극 판타지로 끊임없이 재생돼 거대한 스펙타클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 그런데 여기 루마니아 누벨바그의 대표감독 중 한 사람인 코르넬리유 포룸보이우감독의 색다른 ‘보물섬’ <더 트레져>가 있다.  미니멀리즘적 연출을 바탕으로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형식을 선보이고 있는 루마니아식 보물찾기는 엄숙하고 진지하며 그 속에서 슬며시, 불쑥 던져지는 해학과 사회비판의식은 단순하지만 진중하다. 감독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질 예정이었던 이 영화는 픽션의 형식을 빌려 일상에 밀착된 사실적이고 간결한 한편의 블랙코미디로 재탄생 한다.    


부크레슈티, 넉넉하진 않지만 어린 아들, 부인과 함께 조촐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코스티에게 어느 날, 이웃인 아드리안이 찾아와 함께 보물을 발굴하자는 제안을 한다. 파산위기에 처한 아드리안은 증조부가 숨겨뒀다는 보물을 찾아 재기를 노린다.  자신에게 상속된 시골 저택의 정원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을 찾는데 경비를 조달해 주면 찾은 보물의 절반을 주겠다는 허무맹랑해 보이는 제안은 빠듯한 생활을 하는 코스티에게 흥미롭게 다가온다.  코스티는 땅에 묻힌 보물 탐색을 위한 전문가를 물색하고 이들 셋은 보물을 찾아 시골 고저택으로 향한다. 


과연 이들은 800평방미터의 정원에 묻혀있다는 보물을 찾을 수 있을까? 그보다 앞서 아드리안의 말은 진실일까? 강한 의문에서 시작되는 이들의 모험은 허황돼 보이면서도 아슬아슬하며 묘하게 매력적이다.  하교시간을 맞추지 못한 아빠, 코스티에게 삐쳐있는 꼬마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의 도입부는 이 영화는 순수한 아이의 시선과 닿아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세월의 갑옷을 잠시 벗어두고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이 어른들의 보물찾기가 생각보다 허무맹랑하지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동반한다.  황당한 제안을 하는 아드리안과 실속 없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듯한 아드리안의 모습만으로도 긴장감을 자아내는 것은 연출의 힘이다. 영화는 이들이 보물을 찾기 위해 폐가의 넓은 정원을 금속탐지기로 수색하고 땅을 파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영화의 시작은 단순히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보물찾기’에라도 기대고 싶어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딱하기도 하고 미숙해 보이지만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지만은 않다. 과장되지 않은, 때론 단조롭고 밋밋할 수도 있는 극단적 미니멀리즘적 화면구성이 오히려 사실주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52- 1.jpg


새벽부터 시작한 정원탐색은 어느덧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탐지기 기사가 알려 준 장소를 파기 시작하지만 그 무엇도 명확하진 않다. 땅 밑 30여 미터에서 금속성이 강한 물체가 탐지되지만 그것이 숨겨둔 보물인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낮 동안 계속되던 탐지기의 삐이거리는 우스꽝스러운 신호음소리는 이제 바람 소리로 대체된다. 외진 시골의 어두워진 정원은 닫혀진 공간으로 재현되어 일종의 마법의 세계로 들어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들의 보물찾기는 현실인가, 상상인가? 빠른 장면변화로 쉴새 없이 몰아치는 편집기술에 기대기 보다는 허술해 보이는 탐색작업의 더딘 움직임을 잡는 느리고 단순한 롱테이크 속에 관객의 인내심은 고갈되기 시작하고 색다른 긴장감이 이어진다. 


<더 트레져>는 루마니아의 역사와 현실에 축을 두고 영화작업을 이어나가는 포룸보이우감독의 또 하나의 확장판이다. 평면적이고 차가운 색감의  부크레슈티라는 공간을 떠난 카메라는 외진 시골정원의 보물찾기 현장을  매혹적 공간으로 묘사 할 뿐더러 이들의 발굴작업은 루마니아 역사와 함께 한다. 미지의 보물섬으로 추정 된 고저택,  1840년대 루마니아 왕정을 거쳐 니콜라에 차우세스쿠의 공산독재체제하에 국유화되었다가 다시 1989년 루마니아 혁명 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유입과 함께 나이트클럽이 되었다가 또 한때 약국이기도 했으며 다시 경제악화로 인해 버려진 이 공간은 루마니아의 긴 역사를 품고 있으며 지금 보물찾기 현장에서 하나하나씩 현실로 환기된다.이 영화의 주요 세 인물(코스티, 아드리안, 금속탐지 기술자)의 성격과 각자에게 ‘보물’의 의미가 다른 것 또한 오늘날의 루마니아를 살아가는 감독의 시선이 내포되어있다.


최대한의 장식을 버린 간결하면서도 짜임새가 돋보이는 <더 트레져>는 우리의 예상보다 언제나 성큼 앞서가 있다.  인물의 감정이나 심리적 묘사에 치우치지 않고 장황한 미사여구를 배제한 연출과 이야기 구조의 탄탄함 속에 영화의 입체감이 살아있다.
<사진 알로시네>
프랑스 유로저널 전은정 기자
 Eurojournal18@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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