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공천 살생부,
친박의 공작이야 or 비박의 방어냐?
총선 때마다 정치판에 나도는 공천 살생부가 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의 비박계와 친박계의 갈등으로 점화되어 새누리당을 쑥대밭을 만들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비박 간의 공천 갈등이 고조되어 가는 가운데 정두언 의원 등 비박계 현역 의원들의 이름이 적힌 공천살생부가 흘러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간 공천 주도권을 가지기 위한 ‘친박-비박’ 간 대결이 주를 이루다, 급기야 ‘비박 살생부’ 명단 까지 거론되면서 갈등의 골은 봉합되기 힘든 상황으로 온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 점입가경이다.
이에 친박계는 책임론을 내세우며 ‘김무성 퇴출’을 주장하면서 강도 높은 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비박계도 ‘이번 만큼은 당할 수 없다’며 벼르고 있어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천 살생부는 총선 때마다 대부분, 후보공천을 앞두고 익명성을 이용해 나돌면서 경쟁후보를 공천에서 떨어뜨리려는 공작으로 이용되어 왔거나, 일부 후보들이 자신의 낙천이 확정될 경우 '정치보복'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방어적 차원에서 생산해 유포하기도 했다.
이번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나도는 비박계 공천 살생부는 익명성이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김무성 대표발이라는 점이 매우 독특하지만, 결국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제거하려는 측(친박)에서 만들었을 수도, 지키려는 쪽(비박)에서 퍼뜨렸을 수도 있지만 결과는 똑같은 '자해행위'로 보인다.
살생부 논란의 중심인 김무성 대표는 “최근 정가에 떠도는 유언을 종합해보면 ‘이러이러한 말들이 들린다’고 정두언 의원과 이야기했을 따름”이라며 “저는 누구로부터 또 어떤 형태로든지 공천 관련된 문건이나 이런 걸 받은 일이 없고 말을 전해들은 바도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두언 의원은 29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김무성 대표가 나한테 '청와대 관계자가 자기한테 살생부명단을 언급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가 40여명의 물갈이 명단이 담긴 살생부를 친박 핵심 인사로부터 받았다고 이제까지 전해져 왔는데, 정 의원 얘기대로라면 김 대표에게 살생부를 건넨 문제의 친박 핵심인사는 다름 아닌 '청와대 인사'라는 얘기가 된다.
정 의원은 더 나아가 이번 살생부 논란 직후 김 대표가 전화를 걸어 "당 대표 한테 들었다는 걸, 직접 들었다고 하지 말라고 부탁하더라"고 밝혔다.이어 두 번째로 전화를 걸어와 "그런데 내가 공관위 면접에 가서 '당 대표에게 살생부 문건을 직접 들었다'고 언론에 밝히니까, 다시 김 대표로부터 연락이 와서 '자기가 정두언 한테 찌라시 얘기를 한 거니 이에 좀 맞춰달라'고 다시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또 "김 대표 본인은 살생부 논란 기사가 나가길 원한 것 같다"며 "그래서 기사가 나갔는데 논란이 되니까 왜 도망가냐"고 반문했다. 그는 "김 대표는 30시간의 법칙이란게 있다더라"며 "일을 저지르면 30시간을 못 버틴다고. 이번에도 그 꼴"이라고 김 대표를 겨냥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29일 다시 "제 입으로 그 누구에게도 공천 관련 문건이나 살생부 얘기를 한 바 없다"고 말하면서 즉각 반발했다.
이같은 김무성 대표와 정두언 의원 간 '살생부' 진실 논란에 친박계는 살생부를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소문의 진원지인 김무성 대표에 대해 '당 대표 퇴진' 문제까지 언급하는 등 강력하게 규탄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살생부의 진위를 떠나 논란 자체가 마치 청와대 등 '정권'이 공천에 개입한 듯한 음험한 인상을 강하게 풍기기 때문이다.
친박계 핵심 중 한면으로 알려진 김태흠 의원은 '당 대표 사퇴'까지 거론하며 날선 공격을 했다. 김태흠 의원은 <뉴시스>와에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그냥 덮고 갈 수는 없다"며 "김 대표가 결자해지로 풀어야 한다. 다른 의원도 아니고 당 대표가 직접 얘기한 것이잖나"라고 김 대표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김 대표의 의도가 뭐가 됐든 간에 결과적으로는 청와대 혹은 친박에서 공천에 불순한 의도로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이나 유권자에게 주고 있지 않느냐"며 김 대표가 살생부 문제를 꺼낸 의도를 분석했다.
그는 또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정성이나 투명성, 신뢰도에 대해 흠집을 내는 것"이라며 "앞으로 아무리 올바른 공천을 한다고 해도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여러가지 문제를 제기할텐데 이런 상황을 당 대표가 만들어놨으니 공관위의 신뢰와 권위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라고 김 대표를 성토했다.
아울러 "일단 당 대표가 이번 사태에 공식 사과를 하고 정리를 해야한다"면서도 "만약 정두언 의원의 주장처럼 당 대표가 친박 핵심 인사로부터 물갈이 명단을 받았다고 말한 게 사실이라면, 이건 김 대표가 거짓말까지 한 것이니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책임이라면 당 대표 사퇴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부터 공천이든 뭐든 당 대표로서의 권한을 내려놔야한다는 뜻"이라고 사실상 당 대표 퇴진을 요구했다.
청와대는 공천 살생부 명단에 공식적인 답변을 거부했으나, 내부에서는 "황당한 음모론에 애꿎은 청와대를 끌어들인다"는 등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구 위원장은 28일에도 공관위 면접을 마친 후 브리핑을 통해서 살생부 파문에 대해 "삼김시대 음모정치의 곰팡이 냄새가 많이 난다"며 당 공식기구 차원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어 29일에도 그는 "김 대표의 발언은 정두언 의원의 얘기와는 전혀 반대되는 얘기"라고 지적하면서 "정두언 의원이 나한테 굉장히 구체적으로 얘기했다"며 "그리고 그 사실을 정 의원에 말고도 여러군데 확인을 한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같은 친박계에 총공세에 비박계 인사들도 반발했다. 비박계에 한 관계자는 "자기 식구 중 약한 고리에 있는 사람 몇 명 치고 정적을 학살하는 것은 고전적 수법"이라면서 "지난 총선에서는 친이계들이 맥없이 물러났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했다.
결국, 29일 오후 4·13총선과 공천과 관련해 ‘현역 국회의원 40명 물갈이 리스트’ 파문이 일어난 데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당 대표의 사과를 요구한)긴급 최고위원회 결정사항을 수용한다”라며 “공천관리위의 공정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하고, 공천과 관련해 공정성을 저해하는 일체의 언행에 대해 클린공천위가 즉각 조사해 엄정 조치하도록 한다는 최고위 결정사항도 수용한다”라고 말해 사과를 했다.
새누리당이 20 대 총선 공천을 두고 친박과 비박의 계파간 갈등과 대립으로 자신들이 말한 삼김시대 음모정치의 곰팡이 냄새보다 더 역한 구린내를 풍기고 있는 것에 대해 당내에서는 새누리당 최고위원실의 백보드(배경판)에 국민 쓴소리를 담는다면서 적힌 '정신차리자, 한순간 훅간다'는 문구를 되새겨야한다고 재삼 강조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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