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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 공존…인천은 입도 눈도 배불러

본격적인 여름 여행 시즌과 학생들에게는 방학을 맞이하면서 고국 방문길에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곳으로 하루 동안 도시 명소를 두루 둘러볼 수 있는 곳으로 위클리공감이 소개하는 시티투어버스 여행을 추천해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티투어버스는 역사 유적지나 유명 도심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여행 코스를 운행한다. 번거롭게 여행 일정을 짜거나 교통편을 알아보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까지 받을 수 있다. 버스표는 1일권이 1만 원내외로 저렴하다. 올여름 차표 한 장 손에 쥐고 전국으로 떠나보자!

“이번 열차는 우리 열차의 마지막 역, 인천 차이나타운역입니다.”

한 시간 남짓 졸았을까. 종착역이라는 생각에 맘 놓고 한숨 붙이고 나니 어느새 목적지. 인천 여행의 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수도권지하철 1호선 종착역인 인천역에서 시작된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홀로 떠나는 여행. 목적지는 아래로는 바다를, 위로는 하늘을 품은 도시 인천이다. 130년 전 처음으로 외세에 바닷길을 연 이곳은 2016년 현재 대한민국 최고층 건물(동북아무역센터)이 하늘과 머리를 맞댄 첨단 도시이기도 하다. 마침 길눈 어둡고 게으른 처자에게 딱 맞는 시티투어버스가 이곳을 한 번에 구경시켜준다 하니 차표 한 장 손에 쥐고 당일치기로 떠나기엔 안성맞춤! 인천역 바로 앞에 있는 관광안내소 매표소에서 5000 원짜리 자유이용권을 구매하면 인천역~송도국제도시~월미도의 8개 코스를 순환하는 버스를 하루 종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130년 전 인천항 문 열며 ‘자장면’ 탄생
차이나타운 속 동화마을·일본은행거리도 이색

인천역에서 송도로 가는 시티투어버스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 정각마다 오간다. 송도는 점심시간 이후 넘어가기로 하고 그 전에 인천 여행의 시작인 차이나타운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고개를 돌릴 것도 없이 인천역 바로 맞은편에 차이나타운의 상징 ‘패루’가 보인다. 패루는 마을 입구나 대로를 가로질러 세운 탑 모양의 중국식 전통문이다.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 간판, 홍등을 단상점들을 보니 굳이 묻지 않아도 이곳이 중국인의 거리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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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센트럴파크.(사진=인천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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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거리

자장면의 원조가 인천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 빼고는 다아는 사실! 차이나타운의 대형 건물들은 대부분 자장면집이었다. 어떤 가게는 ‘100년 전통’이라며 원조를 강조했고 어떤 가게는 ‘하얀 자장면’이라는 유일함을 앞세웠다. 원조 자장면을 맛보고 싶었으나 길게 늘어선 줄에 혀를 내두르며 발걸음을 거뒀다. 나중에 버스에서 만난 여행객이 “평생 그렇게 맛있는 자장면은 처음이었다”는 말을 듣고 크게 후회했다.

늘어선 가게들 사이로 난 작은 골목엔 1912년부터 70년간 중국인이 운영한 중국집 ‘공화춘’의 건물을 그대로 사용한 자장면 박물관이 있다. 자장면은 1880년대 인천 부둣가에서 일하던 산둥 출신 중국인 짐꾼들이 빠르게 먹기 위해 수타면에 춘장을 비벼 먹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후에 시티투어버스 관광안내해설사에게서 “우리나라 국민이 하루에 먹는 자장면이 600만 그릇, 면발 길이로 치면 지구 한 바퀴 반이나 된다”는 설명을 듣고는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500원짜리 포춘쿠키를 두 개 집어 들며 중국인인 듯도 한국인인 듯도 한 상인에게 차이나타운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묻자 홍두병을 추천한다. 사람 얼굴만 한 크기의 탐스러운 공갈빵과 큰항아리에 옹기종기 귀엽게 붙은 화덕만두 대신 선택한 팥(홍두)빵은 우리의 국화빵과 비슷했다. 이 밖에도 차이나타운에는 양꼬치, 사탕수수주스, 월병, 대게 아이스크림 등 중국색과 한국색, 대륙색과 바다색이 뒤섞인 듯한 다양한 먹거리가 풍성했다. 여기선 ‘사람은 먹기 위해 산다’는 말이 진리인 듯했다.

때 이른 폭염에 슬슬 지쳐갈 때쯤 두 눈을 번쩍 뜨이게 한 건 동화마을이었다. 언덕 위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의 아담한 상점과 가정집의 담벼락이 ‘백설공주’, ‘흥부와 놀부’ 등 동화 속 주인공들의 얼굴로 색칠된 모습이 마냥 신기하다. 차이나타운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도 했지만 어느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친구, 연인과 함께한다면 ‘인생샷’ 건지기 딱 좋은 장소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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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월동 동화마을

다시 반대편으로 넘어와 150m 길이의 삼국지거리 언덕을 지나면 난데없는 고요가 찾아온다. 청일 조계지 계단을 중심으로 붉은색으로 무장한 중국식 건물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흑갈색의 일본식 목조건물들이 펼쳐지는 곳, 일본은행거리다. 한적한 어촌이던 이곳은 1883년 제물포항개항과 더불어 서구 각국과 일본, 청국들의 상사와 각국 영사관이 설치됐다. 당시 설립된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은 인천개항박물관으로, 일본 18은행 인천지점은 근대건축전시관으로 탈바꿈했지만 지금의 모습은 역사책 속에서 본 그대로인 듯하다. 맞은편 ‘서니 구락부(클럽의 일본식 발음)’라 간판을 내건 선술집과 일본 도쿄제과학교를 졸업한 파티쉐가 만든 도라야키(일본식 과자)를 판매한다고 써 붙인 카페도 시절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물을 굳혀 만들었다는 일본의 물방울떡(미즈신겐모찌) 한입 깨물며 이국의 향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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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개항박물관 (옛 일본제1은행)

68층 국내 최고 빌딩 송도 동북아무역센터 
센트럴파크서 수상택시 타고 빌딩 숲 항해

오후 1시. 송도로 넘어가기 위해 올라탄 버스는 대구, 미국에서 왔다는 한국인 관광객들과 중국, 대만, 태국 등에서 온 젊은 외국인들로 빈자리 없이 꽉 들어찼다.
“송도는 1970, 80년대만 해도 해수욕을 즐기던 유원지였어요. 지금 이 땅 위로도 바닷물이 드나들었죠. 물이 차면 데이트를 즐기던 연인들이 어쩔~ 수 없이 못나가고 갇히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인천공항까지 다 매립됐어요. 송도는 완벽히 매립으로 만든 도시예요. 송도국제도시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지도가 다 바뀌었죠.”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제3대교(아트센터교)를 넘어가는 길. 창밖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는 높이 305m, 68층의 동북아무역센터가 우뚝 솟아 있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이라는 명성답게 초고층 빌딩들이 청량한 바닷빛과 푸른 하늘빛을 반사하며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여를 달려 센트럴파크역에서 하차. G타워 33층 전망대에 올라 360도로 트인 창을 넘어 송도 신도시와 첫인사를 했다. 18km에 이르는 인천대교의 모습은 멀리서 봐도 웅장하다. 태백산맥을 모티프로 했다는 송도컨벤시아, 전통 옹기 모양을 닮은 트라이볼, 사계절을 테마로 쇼핑몰 사이를 가로지르는 커넬워크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층 아래서 혼자 식사를 즐기는 순간에도 멋진 풍광이 빈자리를 채워준 덕에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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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센트럴파크 해수공원을 지나는 수상택시.(사진=인천관광공사)

뭐니 뭐니 해도 송도국제도시의 최고 명물은 호수공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해수공원으로 수상택시, 카누, 카약 등 다양한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게 조성됐다. 4000원을 내고 탄 수상택시는 20분간 빌딩 숲 사이를 가로저으며 땡볕 더위를 말끔히 씻어줬다. 도심 속 마천루는 답답하게 느껴져 질색인데 이곳의 푸른 빌딩들은시원하게 하늘로 뻗은 모습이 예술작품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는 잔디 위를 뛰노는 사슴과 토끼, 공원 한편에 조성된 한옥마을도 한몫했다. 한옥마을에는 이곳을 찾는 각국 인사와 관람객들을 위해 호텔, 음식점 등이 들어섰다. 전통기법으로 멋을 낸 한옥 카페에 앉아 시원한 음료 한잔 하고 있으니 때마침 창밖으로 드라마를 촬영하는 모습도 보였다. 누군가는 이곳을 배우 송일국과 세 쌍둥이 아들이 사는 곳으로 떠올린다고도 한다.

인천 바다 짠 내 맡으며 즐기는 월미도 유원지
디스코팡팡·초대형 문어다리·유람선 볼거리 풍성

인천시티투어의 종착역인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인천역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버스는 오후 5시 45분에 끊긴다. 두 시간 정도 월미도를 즐길 생각이라면 센트럴파크역에서 3시쯤 버스에 오르는 게 좋다.
송도에 들어오던 길을 되돌아 나가며 문화관광해설사는 “오른쪽에 보이는 석산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나온 곳”이라며 “한국인들은 많이 안 가지만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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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도 문화의 거리 야경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월미도 문화의 거리는 차이나타운과도, 송도국제도시와도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알록달록한 원색의 조명을 내뿜는 바이킹과 디스코팡팡 등 놀이기구의 모습이 복고적이다. 그럼에도 그 모습이 유원지의 왁자한 분위기, 바닷가의 짠 내음과 무척 잘 어울렸다. 특히 월미도의명물 디스코팡팡의 DJ가 날리는 익살스러운 멘트와 둥그런 놀이기구 안을 요리조리 미끄러지는 사람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폭소를 자아냈다. “표정이 왜 이렇게 진지해요. 궁서체야. 좀 웃어요!”, “날 더우니까오늘은 더 시원하게 태워줄게요~.”

인천 바다를 바로 옆에 끼고 걷는 거리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노점상에 걸린 사람 허벅지만 한말린 문어다리에 놀라고, 엿가위를 흔들어대는 각설이의 장단에 흥이 돋는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 ‘까악’대는 갈매기는 도시인에겐 특히나 더 반갑다.

유람선을 타면 영종대교와 아라뱃길을 거쳐 청라국제도시까지 가볼 수 있다는데 버스시간 때문에 타보지 못했다. 검붉게 피어오르는 석양과 화려한 조명 아래 펼쳐지는 달빛음악분수쇼도 놓쳤다. 긴 여름해가원망스러웠다. 다시 버스에 오르니 한 관광객이 “여름엔 시티투어버스 시간을 좀 늘리면 좋겠다”고 맘속 이야기를 대신해준다. 이에 문화관광해설사의 대답이 압권이다. “여행은 좀 아쉬워야죠. 그래야 또 떠날 테니까요.”
인천역으로 돌아가는 길, 차이나타운에서 산 포춘쿠키를 그제야 열어보았다. “너무 한쪽으로만 집중하면 문제가 있어도 볼 수 없습니다. 일에 빼앗긴 정신을 잠시 돌려 일상을 즐겨보세요. 막힌 문제를 풀수 있는 통로가 됩니다.” 쿠키가 입안에서 ‘와삭’ 하고 부서진다. 일상의 스트레스도, 여행의 피로도 함께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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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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