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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와 광기의 산물, 테러



817-유럽 1 ekn 사진 1.jpg


갈등의 해결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방식에 의존한다. 하나는 이해와 타협에 기초한 조정, 그리고 다른 하나는 폭력적 수단을 동원한 제거이다.


전자는 정치 혹은 외교라는 제도화되었다. 반면 후자는 전쟁 혹은 테러라는 형태를 띤다. 양자 모두 오래된 기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제거’는 증오와 공포에 그 심리적 뿌리를 두고 있다.


가해자는 자신에게 구체적인 피해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잠재적인 공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근대 이후 일상화된 대량학살은 이성과 과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공포와 증오’라는 심리적 요소가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계 2차대전 유대인 학살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십 년 간 유럽은 외국인 혐오증이 극에 달했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덴마크의 우파 정당들은 직간접으로 정부에 참여하고 있으며,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프랑스에서도 극우파인 국민전선이 약 15%라는 무시할 수 없는 득표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스웨덴에서는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의회에 진출했다. 


이러한 경향은 EU의 출범과 더불어 유럽 각국이 1990년대 이후 국경을 개방하여 이민자들이 급증한 것과도 연결된다.


즉, 유럽 경제성장률의 정체와 높은 실업률, 이민자 급증으로 인한 일자리의 불균형은 극우정당의 발호를 불러일으켰고, 갈수록 엄격한 이민정책이 만들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공식적으로는 개방과 관용을 바탕으로 한 유럽연합 헌장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실제로 이탈리아의 보트피플 추방이나, 프랑스의 집시 추방과 같은 인종주의적 행태들이 공공연하게 자행되어 왔다.


이런 경향은 결국 지난 23일 노르웨이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해마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나라이자, 세계최고 수준의 복지망을 구축한 나라 노르웨이에서 극우주의자의 처참한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노르웨이 정부청사에 대한 차량폭탄 테러에 연이어 벌어진 우토야섬 소년 캠프에서의 총기 난사로 1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 경악스러운 테러를 자행한 32세 청년 안드레스 베링 브레이비크는 검거 직후 “잔혹한 짓이지만 그래도 필요한 행동이다”라고 발언했다.


보수 기독교인이자 민족주의자로 자처한 그는 평소 우리나라와 일본의 가부장제도를 흠모하며 다문화주의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뜻을 밝혀왔다. 더군다나 그가 한때 몸담았던 민족주의 우파정당 ‘진보당’은 노르웨이 제2의 정당이다. 


이런 사실이 말해주는 바는 명확하다.


가장 진보적이며 효율적인 정치체제를 만들어 왔던 유럽에서조차 극단적인 공포와 폭력이 난무한다면,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들로 뒤덮여 있는 세계체제의 평화는 요원하다. 


그동안 우리는 이슬람권에서의 테러에 대해서만 주목해왔다. 하지만 공포에 기초한 테러는 사실 특정한 문화권에 전유물이 아니다.


구조적인 갈등을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타협과 조화를 이루어내지 못하는 정치체제에서는 언제든지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

동유럽의 인종청소가 오래전 일이 아니며, 여전히 아일랜드와 영국 사이에서는 종교적 갈등의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는다. 


우리 사정도 그렇게 다르지 않다.


우리 정치 역시 다양한 이해관계에 대한 조정과 갈등 해소에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 갈등의 조정자여야 할 대통령은 정치에 무관심하다 못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며, 정치권은 대화와 타협보다는 투쟁과 대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런 테러는 이미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진보진영의 집회에 극우단체들이 난입하여 폭력을 행사한다던가, 유력 정치인의 집회에 칼부림 사건이 벌어진 일이 바로 얼마 전이다.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선 외국인들에 대한 테러나 역테러도 흔하게 발생한다. 정치가들이나 종교인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언제 한국을 공포의 나라로 바꿀지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 총선과 대선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빈부격차와 실업의 공포는 이미 우리 사회에 넘친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이러한 다양한 관점이 공존할 수 있는 문화와 정치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갈등을 격화시키기 보다는 화해와 이해, 그리고 소통에 기반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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