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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 내용 가득한 윤 대통령 취임사,



    구체적 국정철학 밝혀야



윤석열 대통령의 20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향후 5년동안 한국이 나아갈 방향과 국정 철학은 보이지 않으면서,  통합과 협치를 외면하고 민주주의의 위기 원인으로 ‘반지성주의’를 지목하는 등 사회 갈등과 대결을 부추키는 내용이 중심이 되고 있어 매우 실망스럽다.



한국 대통령의 취임사는 한국 사회가 갈 길이나 지향해야 할 가치, 실현 방법이 담겨 있어야 함에도, 추상적 국정철학을 천명하는 데 집중만 하고 있어 어떻게 그 자리에 서게 됐는지에 대한 사색과 성찰은 전혀 없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사에서 그 나름의 시대정신을 제시하고 국정의 주요 방향을 밝혀 국민은 취임사를 통해 경제와 복지, 외교안보 등에 대한 새 정부의 큰 노선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이번 취임사에서는 생뚱맞게도 우리 국민과 재외동포를 넘어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 여러분’을 수차례 외치며 청자(聽者)로 삼았다. 역대 취임사 중 처음으로 한국 대통령이 아닌 유엔 사무총장의 취임사를 광불케 했다. 



 '통합,화합,소통,협치'는 국회가 압도적 여소야대 상황인 데다가, 대선 결과가 불과 0.73%포인트 차로 갈렸음에도 외면했다.



그러면서 그는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지성주의’는 미국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가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을 고발한 책 <미국의 반지성주의>에서 쓴 개념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반지성주의로 규정하는 것은 지금의 여소야대 정치지형에 대한 윤 대통령의 비뚤어진 인식이 엿보인다.



의견이 다른 야당을 비롯한 정치적 반대 세력을 반지성주의로 매도함으로써 대화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고 진영논리를 내세워 향후 한국 정치판을 갈등과 대립으로 이끌어 가려는 의도로 우려된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은 여성과 외국인에 대한 혐오, ‘멸공’ 캠페인과 같이 ‘혐오와 배제’를 선거전략으로 삼아 민주주의의 기틀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취임사의 반지성주의 비판은 오히려 윤 대통령을 향해야 한다.



대내외적 난제 해결을 위해 공유해야 할 보편적 가치로 ‘자유’를 설정하고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도 ‘자유의 확대’라는 개념으로 해석했다.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면서 해법으로 ‘도약과 빠른 성장’을 제시한 것은 노골적으로 ‘성장 지상주의’로 회귀하겠다는 것으로 외려 양극화를 가속시킬 우려가 짙다.



이어 윤 대통령은 아예 “도약과 빠른 성장은 오로지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에 의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 조정과 자원의 재분배 등은 정치의 몫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도외시한 채 기술 진보와 성장만 되풀이했다.



 ’수출이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과거 개발독재 시대의 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퇴행이다.



한국 정치가 갈수록 퇴보하는 것도, 사회가 극도로 양극화된 것도 따지고 보면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보편적 가치의 부재, 철학의 부재 탓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또한 ‘보편적 국제규범’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강조한 것은 미중 전략 경쟁과 러시아의 전쟁 도발로 뚜렷해진 신냉전 대결 구도에서 자유진영의 한 축으로 분명히 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다만 반(反)중국·러시아 연대 참여가 부를 역풍이나 급속한 쏠림이 낳을 부작용도 충분히 감안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북 정책에 대해선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평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역시 추상적으로  ‘담대한 계획’의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윤 대통령은 국정은 실행이라는 점에서 추상적인 국정 철학대신 경제와 복지, 외교안보를 위한 정교하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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