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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주변 국가들에서는 21세기 새로운 국제정치 질서의 향방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 사회에서는 국권을 상실했던 대한제국 말의 자중지란(自中之亂)과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양상이 21세기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현실성 있는 국가 전략적 청사진에 대한 논의가 새해부터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것이 국민의 절실한 바람일 것이다. 새해 국가 전략에 대한 논의를 ‘유산(遺産)’이라는 화두(話頭)에서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개인은 누구나 물려받은 유산의 긍정적 측면은 잘 관리해서 대물림하고 싶고, 부정적인 것은 극복하고 싶어 한다. 국가의 대외 전략을 짤 때도 위대한 전략가가 남겨 놓은 유산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가 전략의 성패는 바로 이러한 전략적 유산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략적 유산의 중요성을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잘 깨쳤던 인물은 역시 ‘외교의 달인’으로 불리는 미국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라고 생각된다. 키신저는 저서 ‘외교론’에서 독일 통일을 이룩한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의 유산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독일 통일은 주변 국가들에 위협적인 강대국이 유럽 중심부에 출현했음을 의미했다. 그러나 비스마르크는 뛰어난 외교 전략을 통해 주변국들의 우려를 불식하고 유럽의 평화를 유지했다. 그가 권좌에서 물러난 이후 독일의 지도자들은 ‘비스마르크의 유산’을 제대로 관리하기는커녕 허장성세(虛張聲勢)의 비현실적 외교 전략을 추구하다가 두 번이나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인류를 파탄으로 몰고 갔다. 유럽과 달리 21세기 동북아 지역은 누구의 전략적 유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가? 여기에는 수많은 위대한 전략가의 이름이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21세기 동북아 질서에는 ‘키신저의 유산’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인구만 많을 뿐 구석기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여겨지던 공산 중국을 세계로 끌어내어 동북아의 전략적 구도를 일시에 바꾼 것은 키신저의 ‘삼각 외교’였다. 이때부터 시작된 중국의 부상은 동북아 지역뿐 아니라 세계 차원의 전략 구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부상은 곧 ‘중국 위협론’의 현실화를 의미한다는 단순 등식은 ‘키신저의 유산’하에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중국 위협론을 예상한 키신저의 전략에는 이중 삼중의 보완장치가 마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부상은 일본으로 하여금 더욱 친미 일변도의 노선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푸들’이라고까지 불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친미외교노선에서 ‘키신저의 유산’은 그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적 강대국이 되어야 하는데,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과 일본의 상호 견제와 균형은 대한제국 말과 달리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과 맞먹는 또 다른 지역 강국의 출현을 막고 있다. 키신저의 전략은 일본과 중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미국의 영향력하에 묶어 두면서 동북아 질서를 평화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다. 허세에 가득 찼던 과거 독일의 지도자들과 달리 미국의 지도자들은 ‘키신저의 유산’을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수용과 관리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은 키신저 이후 행정부가 일곱 번 바뀌었지만 탈냉전 시기에도 원형대로 추진되고 있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근간으로 하면서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로 끌어들여서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도모한다는 키신저의 전략적 발상은 21세기 한반도에도 여전히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키신저의 유산’이 털어 버려야 할 부정적인 냉전적 유산인지 아니면 한미동맹과 국익의 차원에서 수용하고 관리해야 할 긍정적 유산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우리의 국가 전략적 청사진을 마련하기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21세기 동북아 평화와 번영은 ‘키신저의 유산’을 역내(域內) 국가들이 슬기롭게 관리해 나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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