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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민자의 편은 누구인가?

요즘 영국 정치권에서는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차기 정권은 보수당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는 게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토니 블레어의 뒤를 이어 총리직을 인계받은 고든 브라운 총리는 이전 냉철한 재무장관 이미지를 이어가면서, 과묵하고 신중하다는 평을 얻으며 초반 반짝 인기를 보였으나, 이후 이렇다할 성과를 전혀 보여주지 못한 채 현재로서는 최악의 지지율로 위기상황을 맡고 있다.

이에 비해 보수당의 리더인 데이빗 카메론은 지난 10년 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보수당의 추락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 역시 데이빗 카메론에게서 별다른 카리스마나 능력을 기대하지 않았으며, 역시 보수당에도 별다른 지지를 보이지 않아왔다. 그랬던 분위기가 브라운 총리의 인기 하락과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카메론과 보수당에 기회가 왔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지자 그 원망은 모두 현 노동당 정부와 총리를 겨냥했고, 이러한 분위기에서 브라운 총리와 노동당 정부의 실책을 맹렬히 비난하고 이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보수당이 인기를 얻지 못한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지난 지방 선거 및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들어난 것처럼 보수당의 입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이번 노동당 전당대회를 통해 노동당의 지지율이 살짝 올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세는 보수당이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현 정권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영국민들도 똑 같은 모양이다.

경제 문제야 어차피 정답이 없으니 아무리 보수당이 요란한 경제 회복 공약을 내놓아도 별로 감흥이 오지 않는 게 사실이다. 현 정권이 보수당이었던 들, 국제 신용 경색과 영국의 경기 침체는 어차피 정해진 운명이었고,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현실을 바꿀 능력은 보수당에게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보수당의 전당대회 기간 중 유난히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보수당의 예비 내각 내무장관 Dominic Grieve 의원이 영국의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는 극단주의자들의 번성을 야기시킨 끔직한(terrible) 유산을 영국에 남겼다고 전하면서 다문화주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게다가 데이빗 카메론 역시 Dominic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문화주의는 결국 외부인의 유입, 즉 이민자로 인한 결과이며, 보수당의 이 같은 발언은 결국 영국의 이민자 문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원래부터 보수당은 이민자를 환영하는 방향은 아니었다. 그러나, 국제화의 물결을 타고 이민자로 인한 혜택을 기대한 영국인들은 이 같은 보수당의 이민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에 대해 별로 지지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이민자를 환영한 노동당의 정책을 선호했다. 그러나, 이제는 분위기가 역전되었다.

최근 유럽연합(EU) 확장과 함께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이민자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가 부각되고, 이민자에 대한 영국민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증가하면서, 이 모든 게 이민자 유입을 적절히 억제하지 못한 노동당 정부의 책임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원래 보수당은 이민자의 수 자체를 제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영국의 보편적인 여론이 이민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돌아선 이상, 이들이 정권을 잡을 경우, 과연 우리 재영 한인들 같은 이민자들은 어떠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때가 된 것 같다.

물론, 정치는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이다. 그러나, 우리 같은 이민자들이 최근 말 그대로 살기 어려워져 가는 영국의 현실에 불만을 갖고, 영국민들과 같은 심정으로 막연히 정권 교체를 희망하고 있다면 이는 다시 한 번 신중히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 땅을 찾아올 미래의 재영 한인들, 그리고 영국에서 정착해 나갈 우리들의 자녀들을 생각해 본다면, 다문화주의를 부정하고 이민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정권은 결국 우리들의 편이 되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당이든, 보수당이든, 아무쪼록 차기 정권을 이어갈 당사자들이 영국의 경제를 살리면서도 우리 같은 이민자들의 편에 설 수 있는 이들이 선택될 수 있도록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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