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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발표하고 나섰다. 최근 들어서 등록금 천만 원 시대를 맞이하여 대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대학 등록금 마련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상당히 획기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겠다.



현행 학자금 대출제도는 최대 10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방식이나, 보통은 5년 거치기간, 5년 분할기간 정도로 적용되어 왔으며, 무엇보다 학자금을 대출받은 시점부터 매달 이자를 납부해야 하고, 규정된 상환 시기가 되면 대출자의 소득 유무와 상관 없이 무조건 원리금을 납부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반해 이번에 발표된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는 거치기간 중 이자가 없으며, 원금도 대출자가 졸업 후 일정 소득을 올리는 시기부터 상환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별도의 한도액 제한 없이 등록금 전액을 대출할 수도 있다. 현행 학자금 제도가 재학 중은 물론 졸업 후 대출자들과 학부모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것에 비하면, 새로운 제도는 이들의 부담을 상당부분 해소시켜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이명박 대통령도 이에 대해 ‘이제는 누구나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에 다닐 수 있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단순히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재학 중 학자금 관련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긍정적 효과만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준다고 해서 그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그 부담은 대학생과 학부모 대신 국가가 충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본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대충 어림잡아도 연간 수조원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9월 말 공개할 세부내용을 통해 재원 조달 방법이 공개되면 정부의 계획이 드러나겠지만, 사실 상 이에 대한 예산 마련은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게다가 이 문제는 단순히 등록금만 국가가 일단 책임져주는 것만으로 해결되기에는 여러 사안이 얽혀 있다. 대학생들이 아무리 국가가 미리 납부해주는 등록금으로 대학을 졸업한들,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들은 여전히 어두운 미래를 맞이할 뿐더러, 이들이 학자금 상환에 실패할 경우 이는 고스란히 국가의 빚으로 남게 된다.



일정 소득을 올리면 상환하도록 되어 있는데, 현재 청년실업과 저임금 문제를 볼 때, 과연 그 일정 소득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정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자칫 ‘언젠가 여유가 되면(?) 그 때부터 갚아도 된다’라는 발상이 대학생들로 하여금 그릇된 인식을 갖게 할 수도 있으며, 이를 악이용하여 의도적으로 대출금 상환을 피하는 사례도 충분히 예상된다. 또, 국가가 등록금을 미리 내 주는 것은 별도의 사안이고, 과연 현재의 높은 등록금이 옳은 것인지, 만약 추후 추가적인 등록금 인상이 시행된다면 이에 대해서도 국가가 미리 내 주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발상은 아닌지 우려도 된다.



분명 우리 정부도 이 같은 문제들을 의식하고 있었기에 이제껏 본 제도가 시행되지 않았을 텐데, 과연 본 제도를 획기적으로 발표하면서 그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사전대비, 발생 가능한 부작용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대응 방안이나 준비책이 마련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혹시나 최근 들어서 정부가 애쓰고 있는 민심 달래기와 친서민 행보의 일환으로 대책없이 저지른(?) 일은 아닌가 걱정도 된다.



본 제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영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주 유로저널이 영국 뉴스를 통해 보도한 바와 같이, 지난 해 잉글랜드 내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들 가운데 거의 절반에 달하는 이들은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한 학자금 부채 규모는 무려 260억 파운드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청년 실업이 계속 증가하고, 일자리 부족과 저임금 근로가 확산될 경우,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미 영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본 제도의 부작용들을 우리 정부는 과연 어떻게 대처하려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아무쪼록 본 제도와 관련, 정부의 신중한 접근과 충분한 준비가 갖춰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전 영국 한인대표신문 한인신문,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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