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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폭력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신문과 방송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이미지에서 나타나는 폭력과 거기에 감춰진 누군가의 고통에 우리는 얼마나 진심으로 안타까워 하는가? 미국의 평론가인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우리의 무감각함을 냉철히 서술했다. 방송화면에 중무장한 군인과 중동의 한 도시의 황량함이 비춰질 때, 우리는 대부분 아무런 느낌없이 지나친다. 그러나 그 이미지 속에는 삶의 고단함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깃들어 있음은 분명하다.

  아프가니스탄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치열한 분쟁지역 중에 하나다. 특히 미국은 이라크를 포기하면서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이 벌이고 있는 정당성 있는 몇 안되는 전쟁터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9.11 테러의 주모자인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고, 그의 추종자들을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축출해내는 것은 21세기 제일의 강대국인 미국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전쟁이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명확히 그어진 전선도, 제거해야할 대상도 모호하다. 전투는 벌어지는데 전략적으로 점령해야할 거점이 없다. 사상자는 늘어나는데 반격해야할 대상은 조준선에 없다. 모든 병사가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데 도무지 이를 제거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제2의 베트남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수렁이 바로 아프간 전쟁이다.

  이렇기에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18일 방한을 앞두고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우리에 파병을 요청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전 세계 군비를 다 합친 것보다도 더 우월한 전력을 지닌 미국마저도 감당할 수 없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최강의 미군이 8년 동안 어마어마한 희생을 치렀지만 탈레반은 아프간의 72%를 장악하고 있고 수도 카불까지 위협 중이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끄는 친미 아프간 정부는 통제능력을 잃었다. 국지적인 대테러전이 아니라 최악의 산악지형에서 전면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이런 미군의 고전은 우방국에게 큰 부담을 안겼다.

  우리 정부가 파병이라는 용어보다 '지방재건팀(PRT)의 확대 파견'이라고 굳이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런 고민 속에서 나온 일일 것이다. 파견되는 300여명의 군병력은 이들 재건팀을 보호할 뿐 별도의 전투행위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그러면서 전투병이 아니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나라가 개발한 최첨단 개인 중화기와 중무장 장갑차를 배치하는 것은 이런 용어와는 '무척이나' 모순된다.

  그러나 정부가 알아두어야 할 사실은 일단 파병하면 중간에 빠져나올 수 없다는 점이다. 만약 교전이 벌어지고 사상자가 나온다면 현 상황에서는 병력 증파가 불가피하고 결국에는 전투에도 참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니 그렇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결국 대한민국의 영토에서도 테러 가능성이 상존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파병은 결국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누군가의 고통을 직접 체험하게 되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 과연 우리도 미국의 포스트 9.11처럼 사회 기저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될 상황을 맞이할 것인가. 그 어떤 정당성있는 전쟁이라 할 지라도, 고통받는 것은 결국 국가가 아니라, 사람과 국민인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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