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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적인 3대 세습과 우리의 대응


북한이 지난 30일 베일에 싸였던 후계자 김정은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전격 공개했다. 북한이 김정은의 모습을 이처럼 예상보다 빨리 공개한 것은 외부의 비판 여론을 정면 돌파해 자기들 방식대로 후계구축을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7일 그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붙이고, 그 이튿날 당대표자회에서 실질적 '2인자' 지위인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앉힌 다음 불과 이틀 만에 얼굴을 대내외에 알린 것은 계획된 북한식 '속도전'의 모습이다.
이러한 북한의 3대 세습은 봉건왕조시대의 시대착오적 행태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김정일 위원장 누이인 김경희와 매제 장성택 국방부위원장에게도 막강한 힘을 실어줘 친족 집단권력체제를 구축했다. 어느 독재국가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이한 권력 구조다.
최고 권력을 승계하려면 후계자는 이에 걸맞은 경륜을 갖춰야 한다. 김정일만 해도 아버지 김일성의 보호막이 있었지만 노동당 말단 조직원에서 시작, 10년 이상 승계 수업을 받았다. 그 사이 정치적 반대파도 모두 제거, 순조롭게 권력을 잡았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제 27살 청년에 불과하다. 학업을 갓 마친 그에 대해 검증된 것은 하나도 없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햇강아지’라며 비아냥거릴 정도다. 이런 그가 권력 전면에 나서면 북한 사회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최고 지도자로서 정통성과 권위를 인정받기 어렵다. 내부적으로 아무리 우상화 작업을 벌이더라도 곳곳에 누수현상이 생기게 마련이다. 비록 상징적인 ‘대장’ 칭호를 받았지만 군 경력이 전무한 그가 군부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려되는 것은 불안한 권력세습으로 북한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차기 지도체제가 윤곽을 드러냈지만 김정은을 중심으로 이들이 순탄하게 북한의 미래를 끌고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도 늘 입에 오르내린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조롱을 받으면서도 권력승계를 서두른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군부의 입김이 더 세질지, 지도층 엘리트 사이에 분화가 일어날지, 주민 소요가 발생할지, 앞으로 북한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는 참으로 예측키 어렵다.
머리에 핵을 이고 있는 우리로선 점증하는 북한의 불확실성에 탄력적인 대응 전략을 빈틈없이 마련해야 한다. 권력승계가 순조롭지 못할 경우 예상치 않은 급변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중국과 일본 간 영토 분쟁, 미국과 중국 사이의 환율 분쟁 등 동아시아 지역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 변수가 더하면서 한반도 주변은 그야말로 오리무중 상태다.
3대에 걸친 '권력 세습'이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시대착오적인 퇴행이지만 이제 김정은 후계 체제는 우리 앞에 놓여진 현실이며 과제다. 특히 이번 사진 공개가 후계자 수준을 넘어서 실질적 통치권을 일부나마 넘겨주겠다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오는 만큼 그에 대한 연구가 긴요해졌다. 그에 대한 정보라고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해외 언론에서 보도한 그의 어릴 적 사진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턱없이 부족했다.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 그가 정권을 이어받을 경우 무엇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사전 대비 성격의 철저한 연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아울러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김정은 후계 구축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이어없다'는 반응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북한 주민들은 물론이고 자본주의 경제를 우회적으로 경험한 이른바 엘리트 계층에게 김정은 후계가 순조롭게 먹힐지 미지수다. 후계 체제의 조기 안정을 위해 핵 개발에 매진하면서 군사 모험주의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물론 반대로 당면한 경제난 극복을 위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만큼 한반도 정세 변화를 능동적으로 주도해 나갈 전략과 방책이 필요하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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