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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난투극과 올바른 정치

  우리 정부가 2011년 써야할 돈이 309조567억 원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엄청난 규모의 예산은 수많은 정치적 타협과 투쟁, 그리고 관련 이해집단들,

정부의 정책적 목표와 배려, 수혜자에 대한 깊은 고민들의 결과여야 한다.

과거 봉건시대와 현대 민주주의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은 바로 이러한 예산의 성립과

그 지출에 대한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가에서 비롯되었다.

그렇기에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의 예산 심의 과정은 현대 정치의 가장 본질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엄청난 의미의 일들이 단 하룻밤 사이에 졸속으로 처리된다면, 그것도 유혈난투극을 벌이면서까지

그러했다면 그 정부와 정치인들은 과연 무엇이 올바른가에 대해 논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정의'를 운운하며 내년 예산안을 강행처리했던 한나라당과 정부가 후푹풍에 시달리고 있다.

불교계와의 갈등이 더욱 심화된 것은 물론, 대표적인 서민정책이라며 추진했던 양육비 지원 확대 정책도

무산되고 말았다.

게다가 더욱 국민을 실망시킨 건,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을 비롯한 실세 의원들의 정치적 기반이 되는

지역들에 대한 예산은 무차별적으로 증액되었다는 사실이다.

  여당 내부는 완전히 쑥대밭이다.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이번 사태의 총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한다.

또한, 누락예산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방책을 정부와 여당이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당-청 관계는 자중지란이다.

이번 사건의 책임자인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만난 자리에선 고성만 오고갔다.

두 사람 모두 책임을 통감해도 모자랄 판에 서로에게 잘못을 미루고 있다.

정의를 논할 자격조차 없는 두 사람이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얼굴을 붉히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 국민들의

시선은 이미 싸늘하다.   한 편으로 국회 난투극의 한 당사자는 이미 거리로 나왔다.

대화와 타협, 그리고 적절한 정치력을 발휘해야할 정책정당이 그러한 정치적 센스는 뒷전이고 국회 문을

박차고 나오기 일쑤인 모습을 봐야하는 것은 어찌보면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국가의 예산은 국민의 세금으로 구성된다. 내년엔 그런  세금을 5.5%나 더 내야 한다.

반면 내년의 경기지표는 그다지 전망이 밝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4%로 뚝 떨어지는가 하면, 중국발 인플레이션에 따른 물가상승도 예상된다.

실질소득은 성장이라고 말하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지난 3년 간 경제는 성장했으나 국민실질소득이 제자리라는 것은 열심히 일해 다른 나라 퍼다주는

경제구조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상황인데도 우리 정치는 부끄러움을 모른다.

방학때 결식아동 먹일 급식비도 챙기지 못한 의원들이 서로 손가락질하는 건 스스로에게 삿대질하는 것과

진배없다. 예산은 국민을 위해 쓰여져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고 다음 총선에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초자치단체 의원이 아니라 나라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면

국민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정치이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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