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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불법사찰 반드시 규명해야


총리실의 불법사찰문제로 선거정국이 요동을 치고 있다. 최금락 홍보수석은 31일 2619건중 80%인 2200여건이 노무현 전대통령 정권시절, 특히 한명숙 당시 국무총리와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 또는 대통령 비서실장시절에 있었던 것이고 400여건만이 현정권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공개했다. 전정권에서 행했던 불벌사찰 사례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2003년의 김영환 의원, 인천시 윤덕선농구협회장, 2004년의 허성식 민주당인권위원장, 2007년 전국전세버스 운송사업연합회장등에 대한 사찰이 포함됐다. 당초 총리실의 불법사찰문제는 KBS가 지난달 29일 총리실의 사찰문건이 모두 2619건에 달한다고 보도하면서 비롯됐다. 

마치 이들 불법사찰내용이 모두 현 정권에서 이루어졌다는 듯한 내용이었다. 민주당이 이에 대해 즉각 대통령 탄핵감이라고 공격했고 박영선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고 나섰었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이에 대해 “청와대가 노 정권도 불법사찰을 했다고 더러운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 전대통령·한 전총리 시절에도 불법사찰이 관행화돼 있었던 사실을 굳이 감추려하는 듯 했다. 그러나 KBS는 확인취재를 통해 곧 기사를 정정보도했다. 확인결과 최 수석의 발표내용이 사실이라고 했다. 문 전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를 인정했다. 문 전비서실장은 그러면서 “다만 그것은 문건 작성자가 경찰청에서 일하던 시절에 만든 정당한 직무감찰”이라고 했다. 

즉 갈수록 전ㆍ현 정권 간 진실공방으로 번져나가는 형국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본질은 현 정부가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고, 그 증거를 인멸하려 했느냐 여부다. 그리고 그 몸통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그와 관련해 검찰 수사에서 청와대 전 고용비서관의 연루 의혹이 밝혀지는 등 총리실은 물론 청와대까지도 개입한 정황이 이미 드러난 상황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어디에서도 '내 탓'이라는 진실 고백이나 사과의 말은 나오지 않는다. 청와대가 진상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전 정권에서도 불법 사찰이 이뤄졌다"고 국면을 호도하는 것은 본질을 외면한 처사다. 전 정권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해서 현 정부의 불법 사찰과 증거 인멸 행위가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전 정권을 핑계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제라도 사실을 밝히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온당하다. 물론 전 정권에서도 불법 사찰이 이뤄졌다면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민주통합당은 "참여정부에서는 불법 사찰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문건에는 민간인과 여야 정치인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문건의 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실체를 분명하게 가려야 할 것이다. 진실 규명의 책무는 검찰에 있다. 

사찰 문건은 2년 전 검찰이 확보했던 것이다. 당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재수사에 들어가면서 "사즉생의 각오로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헛말이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믿음이 가지 않는다. 

정치적 공방 이전에 특검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사건이 정치 쟁점으로 변질되면 진실 규명은 물 건너갈 수 있다. 정치권은 이를 직시해야 한다. 사건의 본질을 희석시키려 한다거나 반대로 부풀리려고만 한다면 국민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더불어 불법 사찰 의혹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물러나는 게 옳다. 지금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던 청와대가 불법사찰의 직접적 증거가 나오자마자 전 정권을 끌어들인 것은 염치 없는 짓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한 데 대해 당장이라도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하는 게 국민 감정에 부합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새누리당도 야당 공동책임론을 제기하기보다는 청와대의 사과와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게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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