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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레임덕과 측근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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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의 원래 의미는 차기 대통령 선출 후 실제 취임일까지의 권력 이양기에 벌어지는 현임 대통령의 권력 누수 현상을 빗대어 이르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레임덕은 실상 이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집권 초기 의욕만 앞서 다양한 이해 청취 없이 무소불위의 독단적인 권력을 행사하다가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파생되는 집권층 비리들이 하나 둘씩 집권 말기에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게 측근비리인데, 차기 대권 주자들은 이런 비리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현 정권의 대통령과 선을 긋기 시작하고 '권력의 시녀'라는 별칭까지 얻은 검찰은 차기 권력의 눈에 들기 위해 현 정권의 실정에 가차없는 메스를 긋는다.

이러한 악순환은 결국 대통령과 청와대의 권력 장악력을 약화시키고 정책 추진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계속 직을 이어나가야 하는 공무원들의 마음은 이미 돌아선 지 오래다. 결국 퇴임 후 사법적 처리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 한국 현대사에서 레임덕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는 권력형 금융 부정 및 특혜 대출비리 사건인 한보그룹 사태가 터졌다. '소통령'으로 불렸던 YS의 차남 현철 씨와 홍인길 전 대통령총무수석이 이 사건으로 구속됐다.

김대중 대통령 임기말에는 '진승현 게이트'와 '최규선 게이트'가 터졌다. 불법대출과 주가조작 등으로 오른팔로 불리던 권노갑 의원이 구속됐다. 이어 이권사업에 개입한 혐의로 삼남 홍걸씨가 구속됐고, 기업의 청탁을 받은 혐의로 차남 홍업씨까지 구속됐다.

노무현 대통령 때에는 2007년 부산 건설업자의 인허가 청탁비리에 이어 2008년에 '박연차 게이트'가 터졌다. 친형인 건평씨가 구속됐고, 본인까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 안희정 충남지사도 비리사건에 휘말려 철장 신세를 졌다.

이번 정권도 다를 게 없다. 이명박 정부 최고 실세그룹으로 지목돼온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역시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를 둘러싼 대형 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정치권력과 친화적인 검찰, 특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얼마나 성의 있게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파헤칠 수 있을 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검찰이 더 분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나 아프리카 다이아몬드 광산개발 의혹, SLS 이국철 회장 로비 사건 등 여러 사건에서 연루 의혹을 받아온 박 전 차관 관련 건은 진상이 규명된 게 하나도 없다. 더구나 이번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사건 수사에서도 늑장수사와 업무태만으로 주요 증거물들이 인멸됐다는 뒷이야기가 무성하다. 그나마 최 전 위원장의 경우는 뒤늦은 압수수색마저도 생략됐다. 검찰은 사실상 증거가 충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특히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사건은 현 정권 최고 실세들이 두루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데다 오고 간 검은돈의 규모가 수십억원에 이른다. 실제 이들이 로비에 관여한 물증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전처럼 적당히 권력과 타협해 용두사미형의 불성실 수사가 또 이뤄진다면 이번에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개혁론 지지세력이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는 이유를 검찰은 냉정하게 반성하기 바란다.

검찰이 스스로 권위와 존재 이유를 확보하고 입증하지 못한다면 타율적 개혁 압력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19대 국회에서 또다시 검찰 개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권력의 임기와 상관없이 검찰과 중수부는 책임과 능력, 그리고 위신을 국민 앞에 온전하게 입증해야 할 때다. 감사원과 서울시 등 파이시티 관련 기관들도 이 사건 의혹 규명에 협력해야 한다.

이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새로운 후보에게는 측근비리에 대해 어떻게 막을 것인지, 터지면 어떤 방법으로 처리하고 벌을 줄 것인지에 대한 공약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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