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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선제적 통화정책을 기대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랜만에 금리에 손을 댔다.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3.25%에서 3.0%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6월 이후 13개월 만의 조정이고, 2009년 2월 이후 3년5개월 만의 인하다. 


시장에서는 금리를 내려도 8월 이후에나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는 점에서 전격적인 조치다. 이번 금리인하는 한은이 밝힌 대로 국내외 경제상황상 성장의 하방위험이 커지는 데 대응한 조치다. 김중수 한은총재는 금리인하 배경에 대해 발표하면서 "경기순환적 측면에서 국내총생산(GDP)갭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GDP갭은 실질GDP와 잠재GDP의 차이이다. 한 나라가 실제로 생산한 결과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뺀 값이다. GDP갭이 마이너스인 경우를 '디플레이션 갭'이라고 부른다. 디플레이션 갭에서는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해 경기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 GDP갭 마이너스 상태에서는 한 나라의 잠재 성장여력이 실제 경기성장률을 밑도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미 글로벌 경기 둔화여파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은이 경기부진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달 2.2%로 4개월 연속 2%대에 머물러 물가 걱정이 줄어든 것이 금리인하 결정을 재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키는 데 금리인하가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이 묘하다. 


마침 옵션 만기일이 겹친 날이기도 했지만 금리인하를 발표한 당일 증권시장에서 팔자는 주문이 쏟아져 코스피지수가 41포인트(2.24%)나 하락했다. 환율은 달러당 10.6원 급등해 1151.5원에 이르렀다. 채권은 시장수익률이 일제히 하락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이런 반응은 금리인하의 경기부양 효과에 대한 기대보다는 거꾸로 '경제상황이 오죽 어려우면 한은이 금리를 인하했겠느냐'고 걱정하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또한 '그렇다면 연내에 금리를 한두 차례 더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형성된 결과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이런 반응이 나타난 것은 한은의 자업자득이다. 과다한 가계부채 등 거품이 일어날 때 금리인상을 주저해 오히려 거품을 조장한 전력이 한은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억누르고 있다. 이로 인해 이번 금리인하가 경기부양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 경제상황에 떠밀려 취한 면피성 조치로 해석된 것이다. 


한 마디로 이번 금리 인하가 '선제적 대응'이라고 말하기에는 늦은 감이 크다. 재정부나 IMF의 전망대로 올해 성장률이 3.2~3.3%, 적어도 한은의 전망대로인 3%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하반기 성장률은 평균 3% 중반대로 상승해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 물가가 2% 중반대 상승이 예상되고, 기대 인플레 하락도 멈추는 등, 목표 성장률을 달성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적어도 6개월 후를 예상하고 통화정책을 한다지만, 그때의 성장과 물가가 지금보다 높은 수준이라면 선제적이라는 단어는 맞지 않다. 지난 2분기의 경기둔화를 확인한 후 이를 인정한 '후행적' 통화정책에 가깝다. 한은이 이번 조치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조치가 시중금리에 미치는 1차 효과가 충분히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은행들이 이번 조치를 예대금리차 확대 기회로 악용하지 않도록 예금금리뿐 아니라 대출금리도 충실히 인하하는지 점검하라.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절반 이상이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형임을 고려해 CD 금리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앞으로는 금통위가 좀 더 시장을 빨리 읽고, 발전적 방향의 통화정책을 펼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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