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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생존도구, 슈퍼컴의 중요성은 말이 필요없다.


1946년 인류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은 1만8000개의 진공관이 달린 30톤 무게의 거대한 계산기였지만, 이제 컴퓨터는 일반 사무는 물론 정보검색, 오락, 통신 등의 기능을 통합한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다. 또 IT기술의 빠른 발전은 머지않아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사회를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제 슈퍼컴퓨터도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필수품이 되고 있다. 같은 역량을 가진 연구원들이 같은 분야의 연구를 한다고 가정할 때, 수십 수백 배 이상 빠르고 정확한 연구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느냐 마느냐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슈퍼컴은 대용량의 정보와 계산을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어 기상, 환경, 나노, 생명공학, 입자물리학, 기계 및 우주공학 등 차세대 연구에 활용도가 매우 큰 과학기술 연구의 핵심 도구이다.
빠르게 대형화 고속화되고 있는 국제적인 R&D 흐름 속에서 슈퍼컴의 중요성은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선진 각 국에서의 슈퍼컴에 대한 수요 증대와 첨단화 추세는 슈퍼컴퓨팅 파워가 그 나라 과학기술 수준을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일 뿐 아니라 그 나라의 미래 과학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미래를 이끌 가장 중요한 핵심기술 중의 하나로 슈퍼컴퓨팅을 지목하기도 했다.
이런 슈퍼컴은 최근 언급되는 빅데이터와 연계될 경우 상상을 초월할 능력을 발휘한다. 주소를 넣으면 해당 지역에서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범죄를 알려주는 범죄지도(크라임 맵) 서비스는 미래의 일이 아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일부 지역 경찰은 지난 수년간의 범죄 데이터를 바탕으로 슈퍼컴퓨터에서 예측모델을 돌려 마치 지진 예보를 하듯 범죄예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범죄자를 예지하는 ‘프리크라임’이 상상이 아닐 날도 멀지 않은 듯싶다.
어느 지역에 독감이 유행하는지를 알아보려면 검색사이트 구글의 독감동향(google.com/flutrends)을 접속하면 된다. 누리꾼이 사용한 대규모의 검색 용어를 모아 내놓는 예측은 실제 독감 유행과 거의 일치한다. 미국 민간의료보험회사인 웰포인트는 아이비엠과 손잡고 3420만명의 등록환자 정보 2억페이지를 3초 만에 분석해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해주는 ‘고급 의료정보 제공 서비스’를 체계화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슈퍼컴퓨터는 바늘과 실이요, 콩과 깍지인 셈이다. 18일 전세계 슈퍼컴퓨터 500대 순위가 발표되었다. 중국이 미국을 다시 밀어내고 슈퍼컴퓨터 성능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우리나라가 보유한 슈퍼컴퓨터 순위는 계속 추락하고 있다. 전세계 슈퍼컴퓨터 시장의 성능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국내에 보유한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계속 뒤처지고 있어 지금 추진되고 있는 육성정책이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돼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해 11월 전세계 500위권 슈퍼컴퓨터 순위 중 1위를 차지했던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슈퍼컴 ‘타이탄’이 6개월만에 중국 광저우 국립 슈퍼컴퓨터 센터에 구축된 ‘텐허2’ 에 자리를 내준 것이다. 중국의 텐허2는 지난 1위였던 타이탄에 비해 2배 이상의 성능을 내는 것으로 시스템을 공급한 인텔은 설명하고 있을 정도로 슈퍼컴퓨터 성능의 개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1월 순위에서 각각 77위, 78위, 89위를 차지했던 기상청 슈퍼컴 3호기(해담, 해온)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 4호기는 또 다시 뒤로 밀려났다. 각각 91위, 92위, 107위로 순위가 떨어진 것.
또 서울대 이재진 교수 연구팀이 자체 개발해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순위에 올린 슈퍼컴퓨터 ‘천둥’은 277위에서 423위로 급속히 순위가 하락했다. 중간 순위의 슈퍼컴퓨터의 성능 개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난해 말 슈퍼컴퓨터 기반 마련 및 육성을 위해 ‘국가 초고성능 컴퓨터 활용과 육성에 관한 법률(슈퍼컴퓨터 육성법)’이 발효된 바 있다. 슈퍼컴과 같은 고성능컴퓨팅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기획, 관리, 육성함으로써 국가 경제발전과 삶의 질 향상, 국가안보, 과학기술 혁신 등을 위한 첨단 인프라로 활용한다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가초고성능 컴퓨팅센터 설립과 함께 초고성능 컴퓨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는 한편, 계획 수립을 담당할 국가슈퍼컴퓨팅위원회도 설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법률 발효 이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눈에 띠는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물밑에선 이를 위한 다양한 계획 및 방안을 수립 중이겠지만 더딘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장기적인 안목과 함께 보다 신속한 작업이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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