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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지배와 친일, 독재조차도 찬사하는 
역사 왜곡 교과서는 영구히 추방되어야 한다.

'교과서적이다'는 말이 있다. 교과서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를 보면 '교육과정에 따라 편찬한 학교 교육의 주된 교재'라 돼있다. 즉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읽고 배우고 공부하는 책이 교과서다. 우리 아이들은 교과서를 통해 사회의 보편적인 규범과 가치를 배우고 바른 국가관과 세계관을 세우는 기초를 갖추게 된다. 

'교과서적이다'고 하면 사고나 행동이 지극히 규범적이고 표준화된 경우를 이른다. 이 말에는 비록 그 사고나 행동이 
이치에 맞고 올바르다고 해도 다소 융통성이 없고 너무 원칙에 얽매이는 듯한 부정적인 의미가 들어있기도 하다. 

지만 그만큼 그 시대의 표준화된 지식과 보편적인 가치관을 담고 있기에 올곧고 반듯하며 정확하다는 의미를 나타내기
도 한다. 그런 점에서 교과서란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두번 다시 들여다보지 않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을 간과
할 수 없는 것이다. 

요즘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논란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역사왜곡과 사실 오류로 비판을 받아온 한 출판사의 교과서 채택을 두고서다. 전국 2300여개 고등학교 가운데 10여곳의 학교에서 이 출판사의 한국사교과서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며칠 해당 학교의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 동문,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이의 철회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이처럼 사회적인 반발이 거세지자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이 출판사의 교과서 채택을 철회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와 함께 이 출판사의 교과서를 채택한 한 고등학교의 교장은 채택 이유로 "학생들에게 다양하고 균형잡힌 역사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역사를 보는 다양하고 균형잡힌 시각. 당연하고 중요한 말이다. 

하지만 이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는 검정 전부터 정부가 공식 발간한 진상보고서의 내용을 무시하고 제주4·3을 폄훼·왜곡하고, 일제강점기 위안부 여성들이 일본 군대를 '따라다녔다'는 표현 등으로 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교학사 편찬 교과서의 필자들이 우익성향이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은 기존의 역사교과서가 좌편향이라며 비판해 왔다. 그리고 그 논지의 핵심은 근대 이후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기존의 틀과 큰 차이가 있다. 

이들은 우선 일제 강점기를 호의적·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따라서 이들은 일제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을 기꺼이 수용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승만-박정희 시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결국 일제지배와 친일, 독재조차도 이들에겐 찬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이 현실적으로 어떤 문제를 도출하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위헌 문제를 들 수 있다. 우리 헌법은 그 전문(前文)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간 여러 차례 개헌이 있었지만 헌법 전문은 자구 하나도 손대지 않았다. 이는 전문이 헌법의 기둥이자 국기(國基)와도 같은 것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항일투쟁의 상징과도 같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무참히 짓밟고 있어 향후 위헌 시비 공방이 일 가능성이 있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폄훼는 사관(史觀) 차원에서 논할 문제가 아니다. 이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과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 

우파진영 일각에서 유관순 열사를 ‘여자깡패’라느니 안중근 의사와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것은 그 발상이 바로 여기서 비롯한 것이다. 

황군장교 출신의 박정희, 집권 후 친일파를 중용한 이승만. 이들의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일제의 식민통치를 찬양하는 그들 입장에서 보면 이승만-박정희는 불세출의 영웅이자 민족의 구세주인 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시작돼 뒤이은 박근혜 정권 출범으로 더욱 공고화 됐다.

‘건국절’ 논란을 시작으로 뉴라이트는 공세를 펴기 시작해 마침내 교과서 개편작업에까지 나섰다. 급기야 지난 대선 국면에서 국사편찬위원장은 5·16쿠데타를 두고 ‘혁명’이라고 강변했다. 

미국조차도 일본군 위안부를 일본 군국주주 하의 성노예 피해자로 규정해 기념비까지 세우고 있는 판국에 뉴라이트는 아직도 ‘자발적 매춘’이란 식으로 주장하고 있다. 일본 극우파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근래 일본의 한 우파 신문에는 한국의 역사교과서 논쟁을 조롱하는 투의 글이 실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성과 균형잡힌 시각을 언급하는 것은 무척이나 당황스럽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래도 역사를 보는 다양성에 앞서 역사를 보는 올바른 시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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