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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7 21:22
무한경쟁, 승자독식이란 탐욕의 악습을 잘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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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 승자독식이란 탐욕의 악습을 잘라 내야 한다 기원전 2300년께 서남아시아에 위치한 나라 바빌로니아는 세계 최초의 대제국을 건설하며 번영을 누렸다. 하지만 이 나라의 군주인 사르곤 왕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바빌론에서 돈이 사라져 시민들이 일할 곳을 찾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그래서 장사꾼들은 손님이 줄어들어 걱정이고, 농부들은 곡식을 팔지 못해 아우성쳤다. 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쏟아부은 그 많은 황금이 하늘로 솟았단 말인가, 아니면 땅으로 꺼졌단 말인가. 진상조사에 나선 재무대신의 답은 이랬다. "염소의 우유가 여과기를 빠져나가듯이 모든 황금이 일꾼과 장사꾼의 손을 거쳐서 바빌론 부자들에게로 넘어갔습니다. 그 때문에 돈의 흐름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대다수 시민은 돈을 구경조차 할 수 없지만, 소수의 부자는 돈이 넘쳐 날 지경입니다." '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란 책에 나오는 일화이다. 인간의 역사가 수천 년이나 흘렀지만, 그때와 지금이 너무나 흡사하다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몇 단어만 바꾸면 부(富)가 소수에게 집중돼 수요 부족에 허덕이는 현대 경제의 모순이 그대로 재현된다. 당시 막강한 힘을 가진 '바빌론 정복의 왕'마저 부의 쏠림만은 어쩌지 못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21세기 현대에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고민은 한층 더 깊다. 프랑스의 젊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요즘 그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피케티 교수가 쓴 '21세기 자본론'이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 2위에 오르내릴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피케티는 선진 자본주의가 상속받아 부를 늘리는 '세습적 자본주의'로 서서히 후퇴해 소득 불평등이 지금껏 역사가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소득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안은 슈퍼리치에 대한 누진적 글로벌 부유세의 도입. 그는 누진세가 본질에서 자유주의적이고, 시장 우호적인 제도라고 강조한다. 반면 글로벌 부유세가 비현실적 해결책이라는 반론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는 경제학의 영역에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빈자의 성자’ 프란치스코를 교황 즉위명으로 택한 현 교황은 여성과 이슬람교도 죄수의 발을 씻겨주고, 병자를 안아주는 등 낮은 곳으로 향하는 소탈하고 검소한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자본주의의 탐욕에 대해 수차례 비판을 하면서 마르크스주의자 논란에 휩싸이거나 ‘프란치스카노믹스’ ‘바티칸 경제학’ 등의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교황은 “규제가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며 “완전한 자유방임시장과 투기로 인해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경향 때문일까? 지난해 10월 기본소득제라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개념이 등장했다. 스위스에서 소득의 적고 많음에 관계없이 모든 성인에게 일정금액의 생활비를 매달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국민발의 법안이 의회에 제출된 것이다. 기본소득은 극심한 효율화 경쟁으로 더는 정규직 일자리가 보편적인 취업 기회가 아니고, 완전고용이 불가능해진 '노동의 종말'시대에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서 노동하고 공부하자는 염원도 담겨 있다. 이 제도는 재원마련난, 근로 의지 상실 우려, 임금삭감 가능성 등 난제가 많지만, 기초연금 등 유사한 형태로 우리에게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황금주 제도 도입을 주장한 적이 있다. 경영권과 투자·복지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대타협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처럼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부의 배분 방식들 밑바닥에 깔린 공통점은 다름 아닌 사회 공공성 확보이다.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사회 구성원 전체를 생각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고뇌이다. 고용 없는 성장과 청년 실업 급증, 저출산 고령화, 수요 부족, 경제 침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기 위해선 무한경쟁, 승자독식이란 탐욕의 악습을 잘라 내야 한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19일 세월호 대국민 담화엔 이와 같은 국정철학이 부족했다. 세월호 침몰은 공(公)위에 사(私)가 올라타 발생한 전복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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