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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논쟁에 대한 불편한 단상,언어 순화부터 해야

이건 참, 곤란하다. 말의 타락 말이다. 말은 사회를 담는 거울이다. 

사람들의 성정이 거칠어지면 말도 까칠해진다. 

사회가 혼탁해지면 말도 흐려진다. 물이 흐리면 고기가 깨끗할 수는 없는 일. 맑고 밝고 고운 말은 평온한 사회의 토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은 그대로 직장, 가정, 사회에 파장을 미친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당연히 좋지 않은 말은 아름답지 못한 생각에서 비롯된다. 거친 말, 헐뜯는 말이 나오면 내 생각이 거칠어졌구나, 그렇게 보면 된다. 

말은 죽은 이를 무덤에서 불러내고, 산 사람을 묻을 수도 있다. 말하고 듣는 건 모두 공짜지만 병을 낳게 할 수도 있고, 영혼을 파괴할 수도 있다.

사회적 언어는 특히 중요하다. 사회적 언어라? 그걸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 

우선은 이론의 뼈대를 세우는 학자일 것이다. 
과거의 숱한 정보더미 속에서 새로운 논리와 말을 개발한다. 언론도 빼놓을 수 없다. 새로운 현상에 대한 해설, 복잡한 사안을 압축하는 단어를 생산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또 다른 축은 정치인이다. 
사회적 이슈를 다루면서 자신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적절한 비유와 단어를 구사한다. 신조어 능력은 정치인의 요체 중 하나다. 새로운 단어는 이슈를 선점하는 힘이니까. 

일반 대중도 한몫한다. 
이른바 네티즌은 사안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함축적인 단어를 재생산한다. 무엇보다 정치인의 말은 파문이 크다. 사회를 움직이는 긴 언덕의 맨 위쪽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조그만 눈덩이를 굴리면 학자와 기자가 재가공하고 네티즌이 합세해 거대한 눈사람을 만들어낸다.

요즘 정부와 지자체, 교육청은 물론이고 여야, 유세객들, 언론, 네티즌이 바글바글거리는 내용 중 하나는 무상 시리즈다. 신혼부부에 임대주택 제공하자고 하니 무상주택이란다. 

무상급식은 도를 넘는다. 무상급식이라? 공짜로 밥 준다는 이야기다. 이 말은 참으로 거칠다. 본뜻을 왜곡해 공짜밥이란 하찮은 문제로 전락시킨다.

무상교육이란 것도 그렇다. 멀쩡한 의무교육을 두고 공짜 교육이란다. 무상복지도 가관이다.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 보장은 국가의 의무에 해당된다. 차별없이 복지 혜택을 누리게 하자는 게 보편복진데, 이걸 무상
복지라고 한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나눔이다.

눈을 돌려 다른 나라를 한번 보자. 복지국가 1번지, 핀란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가 이뤄진다. 학교급식은 100년 전통을 자랑한다. 초등학교 급식은 1913년 무렵 시작됐다. 그들의 선지적 안목이 부럽다. 

1943년 법제화가 이뤄져 초중고 학생들에 학교급식이 제공되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급식이 단순히 한 끼를 떼우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연령과 신체조건에 맞춰 발육을 촉진하도록 설계돼 있다. 심지어 뚱보에게는 다이어트식이 제공된다. 간식은 팁이다. 핀란드가 급식에 힘을 쏟는 것은 교육과 양육, 식습관, 평생건강, 생명존중 때문이다. 교육적 가치의 정점이 급식이라 보는 것이다.

학생들은 식재료의 재배와 채취, 식사준비 등 전 과정에 참여한다. 메뉴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마련한다. 이를 통해 동식물의 특성과 재료별 영양, 인체의 구조, 건강, 함께하는 식사의 중요성을 배워나간다

한마디로 급식은 전인 교육이다.

우리에게 이런 가치는 온데간데없다. 급식조차 이념대결로 몰아가는 정치권의 모습은 한심하다. 의무급식, 학교급식이면 될 것을 굳이 무상급식이라 해서 국민을 둘로 쪼게 놓는가. 사회 구성원들도 서로 옳다고 핏대를 세운다. 

보육비 지원도 매한가지다. 어린이의 양육과 교육은 부모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와 국가의 책임이기도 하다.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인데 영·유아는 방치 상태다.

말을 새장에 가둘 순 없다. 오죽했으면 미다스왕의 이발사가 갈대숲에 구덩이를 파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외쳤겠는가. 말이라면 이발사처럼 목숨 걸고 해야 한다.

'반값 아파트' '반값 등록금' 같은 말은 사회를 혼탁하게 한다. 연못의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듯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독이 되고, 칼이 되는 말은 큰 해악이다.
하면 나오는 '종북세력'이 그렇다.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이란 건데 참 어이없는 말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당장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예전엔 '빨갱이'라고 그랬다. 공산당 추종세력을 이름이다. 그걸로 숱한 사람이 사형을 당하고 옥살이를 했다. 한데, 세월이 지나 대부분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우리 사회가 달라지려면 이런 오염된 말부터 걷어내야 한다. 적의에 찬 말들은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더 무섭다. 소리없이 스며들어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적개심을 부추긴다. 거기에는 협의나 중재, 양보와 타협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적과 동지만 존재하는 사회라면 공존과 공영은 불가능하다. 공공의 적, 말의 오염을 깨야 한다.

973-사설 사진.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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