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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중국 경제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야


지난 2007년 차이나데일리에 실린 한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중국 증권사 객장에서 계좌를 만드는 한 스님의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그로부터 몇 달 지나지 않아 상하이증시는 6000선에서 2000선 밑으로 급전직하했다. 금욕을 덕목으로 삼는 종교인들까지 돈 벌겠다고 줄줄이 객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증시 과열 징후였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최근 중국 증시를 보면 2007년 데자뷰가 느껴진다. 증권사 객장은 ‘따마’라 불리는 아줌마 부대가 대거 점령하고 있고 바이링허우(80년대생)와 주링허우(90년대생) 등 10~20대까지도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증시를 진단하는 휴먼 인디케이터(인간지표)는 여전히 유효한 듯 하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렇게 불나방처럼 증시로 뛰어든지 얼마 되지 않아 상하이종합지수는 급락했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8일 전장 대비 5.9% 급락세로 마감했고 9일 큰 폭으로 반등하긴 했으나 연고점을 찍었던 지난 6월 12일과 비교하면 한 달도 채 안 되는 사이에 무려 30%나 빠졌다. 상하이 증시 상장사 2800개 기업 가운데 절반인 1400개사가 스스로 거래정지를 신청하는 등 거의 공황 상태다.



이러한 폭락사태는 중국 정부의 무리한 부양책이 가져 온 재앙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7.4%로 24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지만 증시는 금리인하와 후강퉁 등 당국의 부양책에 힘입어 연말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6월 12일 상하이 지수는 7년 4개월래 최고점인 5166.35를 기록한 바 있다. 경제 펀더멘털과 거꾸로 간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증시부양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조정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을 펼치기도 한다. 증시 급락에 놀란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 신용거래 규제 완화, 기업공개(IPO) 제한, 인화세 인하, 증시 유동성 직접 공급 등 연일 강도높은 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증시는 좀처럼 예전의 상승탄력을 찾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중국 증시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 증시의 폭락이 중국 경제의 하향세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의 경우 1990년 전후 호황이 끝나면서 증시와 부동산 시장의 붕괴에 이어 경기하강세가 현실로 나타난 경험이 있다. 한국의 제1 교역국인 중국의 성장세 둔화가 본격화될 경우 한국으로선 수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양국의 증시 연동성이 높지 않으므로 중국 증시의 폭락이 당장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는 있다 하더라도 철저한 대비책이 요구된다.



중국 증시 폭락의 충격파가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주도면밀하게 주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의 성장 엔진인 중국이 침체에 빠질 경우 그 충격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리스의 디폴트와 앞으로 예견되는 유로존 탈퇴 충격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이미 2007년 차이나펀드 붐을 타고 중국 증시에 투자했다 반토막 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그때엔 펀드가 유일한 투자수단이었지만 이제는 후강퉁으로 직접 투자에까지 열을 올렸다. 그 어느 때보다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대외경제의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이제는 양파 껍질이 한 꺼풀씩 벗겨지기 시작했다는 긴장감을 갖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당장엔 금융·외환시장의 문제이지만 실물경제에도 충격이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경제성장 둔화 국면에 들어갈 경우에 대비해 정부와 기업 모두 기존의 정책방향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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