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이 사설을 게재한 지 불과 하루만에 여야는 다행히도 원 구성에 합의했다는 낭보가 발표되었음을 알립니다.
여소야대 국회, 운용 제대로 해 국민들에게 신뢰받아야
누구도 독주할 수 없는 여소야대 3당 체제의 국회가 지난 3일을 드디어 개원했지만, 원 구성에 난항을 거듭하면서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세비값을 못하고 있다.
양당 구조에서 정부·여당의 독선과 야당의 발목 잡기로 파행을 거듭했던 19대 국회와 달리 각 당이 마음먹기에 따라 협치를 모색할 공간이 커졌지만, 7일로 예정되었던 20대 국회 개원식은 원 구성 난항으로 언제 열릴 지 추정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법 제 5조 3항에 따르면 20대 국회의 첫 임시회의는 6월 7일 개원식을 갖고 또 국회법 제 15조 2항에의해 국회의장·부의장 등 의장단은 첫 집회일에 선출해야하고 9일에는 상임위원장 배정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입법부가 준법의 모범을 보이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슨 초법부(超法部)나 무법부(無法部)라도 되는 듯이, 1987년(13대 국회) 개헌 이후 국회에서는 한 번도 개원식이 법정 시한 내에 열린 적이 없어 지난 30년간의 불명예스러운 전통을 이어 가고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어느 당이나 중요 상임위 독식이 어려워진 만큼 상임위원장 배분 때문에 여야가 줄다리기만 하지 말고, 운용의 묘미를 살려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국회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하고, 국회라면 고개를 돌리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여당부터 먼저 운용의 묘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역대 최악의 국회로 낙인찍힌 19대와는 달리, 20대 국회는 지금 우리가 처한 고착화된 저성장 문제를 비롯해 거시적 난제 등 구조적 위기 상황에 대해 근원적 해법을 제시해야하는 막중한 책무를 4.13 총선에서 국민들로부터 요구받았다.
유권자들은 4.13 총선을 통해 20 대 국회에게 안전·생활·실용·대화·살림·협치 등을 통한 문제 해결의 정치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총선 뒤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미세먼지', '여성 상대 범죄', '각종 안전사고' 등은 한시바삐 국회 상임위, 본회의가 열려 사실관계를 깊이 조사하고 입법을 포함한 복합적이고 지속가능한 처방을 마련해야 할 사안들이다. 관료적 타성, 편의주의에 흐르기 쉬운 행정부와 당정(정부+새누리당), 그리고 비난과 추궁에만 능한 야당에 맡겨둘 수 없는 일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각 당이 국회의장 후보를 내고 본회의에서 자유투표로 선출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숫자로 밀어붙이려는 야당의 횡포"라고 즉각 반발하면서 "국회의장은 당연히 여당 몫"이라고 우기고 있어 볼썽사나운 정국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이미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여소야대 당시 2002년 표결을 통해 당시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으로부터 의장직을 빼앗아 박관용 국회의장을 탄생시킨 바 있어 그 주장자체가 자가당착이다.
오로지 국익과 국민의 관점에서 국회의장단이 선출되어야함에도 이해관계가 조정이 안 돼 도저히 결론이 안 난다면 국회법 제 15조 1항에 규정한대로 본회의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면 된다.
다행히 제 1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비록 관례대로 제1당이 의장직을 맡아야한다면서 김종인 대표가 강한 반발을 했지만 무기명 투표에 당론을 모았다니, 새누리당도 당내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여당 국회의장을 보장받지 못하면 국회를 공전시키자" 같은 못난 생각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새누리당 쪽은 앞으로 탈당파 무소속 의원들이 복당하면 원내 제1당이 되는 만큼 의장직을 당연히 자신들이 가져야 한다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오히려 복당논의를 원 구성이후로 미룬다고 7일 결정해 버렸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국회의장직을 여당이 가져와 친박계 최고 원로인 서청원 의원에게 맡겨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으니, 협상이 제대로 진척될 리도 없고 이대로 가다가는 도대체 언제 국회가 문을 열지 기약조차 할 수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새누리당은 매력도, 능력도, 비전도, 성격도 안 좋은 쓸모없는 남자 같다"는 독설을 쏟아낸 비정치인 출신인 새누리당 임윤선 비대위원의 말뿐만 아니라, 제 1당과 캐스트보드를 잡았다고 설쳐대는 두 야당도 이제 '20대 국회가 쓸모없는 국회'라는 말을 안듣도록 입법부답게 제대로 운용의 묘를 살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