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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신중 또 신중해야

이란이 미국의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8일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 2곳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해 호르무즈 해협 분위기에 전운이 고조되면서, 미국의 한국군 파병 요청이 노골화되고 있어 우리 정부와 국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40년 앙숙인 양국이 무력 충돌하면서 중동이라는 화약고가 폭발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7일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며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파병 요구를 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사이에 전면전 가능성까지 감도는 상황에서 우리 군병력을 보낼 경우 원치 않는 희생만 강요당할 수 있다. 더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미국 편에 서서 병력을 파견하는 건 국제사회에서 정당성과 명분을 얻기도 힘들어 신중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직접 원인은 미국이 제3국인 이라크에서 군사력을 동원해 이란 고위 인사를 무단으로 암살한 행위를 저질러 국제법 위반일 뿐 아니라 이라크 주권을 침해한 행위이니만큼, 미국 스스로가 더 큰 책임감을 갖고 군사적 행동이 아닌 외교적 해법을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 

 애초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높아진 것도 2018년 5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한 데다 이번에도 명분이 약한 상황에서 이란을 선제 공격해 발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0%가 지나는 길목이자 우리 원유 수입의 70% 이상이 이 바닷길로 운송되고 있어,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한국 경제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에 동참해 달라는 미국 요청이라해도 우리 군의 파병은 명분과 목적, 파급 효과를 다각적으로 따져 본 뒤 국익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

더군다나 솔레이마니 제거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지지를 받는 군사행동도 아니고, 미국 내부에서조차 공습의 정당성을 놓고 논란이 분분한 사안으로 사고는 미국이 저지르고 해결을 위해 우리에게 동참하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일각에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을 유지하려면 미국의 파병 요청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 파병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이번 파병은 국민 안전이 결부되어 있는 만큼 지금까지의 어느 파병보다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한·이란 간 교역은 물론 대중동 외교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주게 된다. 

 중국과 한국, 유럽은 그동안 이란의 중요한 수입처들이었지만,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 압박이 거세지면서 거래가 급격히 줄어, 지난해 한국의 대이란 수출이 이란의 20대 수입국가들중에 가장 높은 9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란 정부는 친미 국가들이 미국과 협력하면 적성국가로 분류해 군사적 보복을 다짐하고 있는 데다가 우리 정부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거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칫 이란이 한국을 적성국으로 지정하면 현재 이란에 체류 중인 290여명의 우리 국민도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미국 내부적으로도 야당인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국 하원도 9일 본회의에서 이란과의 무력충돌로 드러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군사행동에 대해 "이란에 적개심으로 대응한 행정부의 결정과 전략 부재에 심각하고 급박한 우려를 갖고 있어 국익을 헤칠 수 있다."고 보고 군사행동을 제한하는 결의안으로 확실한 법적 견제에 나서고 있다.
 
물론,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원유 수입을 하는 만큼 중동 해상로를 보호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반드시 미군과 공조해서 분쟁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  

우리 선박을 보호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면 청해부대처럼 호르무즈 해협 주변국의 동의를 얻어 우리가 독자적으로 보호하면 되기 때문에 파병문제는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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