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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9 22:57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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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화두가 있다. 힌트는 ‘겨울’과 ‘전쟁’. 이쯤 되면 눈치 빠른 독자는 짐작하시리라. 그것은 바로 ‘대학’과 ‘입시’이다. 올해도 잊지않고 찾아오는 각설이 마냥 ‘본고사 부활과 그 저지’라는 타이틀을 달고 학부모와 수험생, 입시 관계자 여러분들의 심경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27일 발표된 서울대의 2008학년도 신입생 전형안 개요가 그 핵심에 있다. 이미 해외특기자 전형을 없애기로 한 마당에 거칠 것 없이 약진하는 서울대의 행보는 브레이크가 없다. 지역, 특기자, 정시를 균등하게 쪼개 뽑으면서, 내신등급을 줄이고 그 반영 비율을 낮추며, 단계별 전형이 아닌 통합 교과형 논술을 도입하는 것을 그 골자로 하고 있는 이번 입시안은, 지역별 안배라는 무기를 제외하고는, 특목고와 사교육이 뒷받침되는 서울의 일부 지역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문제는 서울대가 논술형 본고사를 확대하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을 발표하자 기다렸다는 듯 서울의 유수 사립대학들도 비슷한 입시안을 내놓고 있다. 교육부가 애써 별 것 아니라는 듯하는 가운데 교육운동 단체들은 사실상의 ‘대학본고사 부활’이라고 농성을 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20여 년 전 대학본고사의 폐해를 경험한 세대들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 오늘날 본고사가 부활되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통이 과거와는 견줄 수 없으리라. 사실 이러한 사태는 작년 가을 교육부가 ‘2008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았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교육부의 ‘개선방안’은 학생, 학부모, 교사, 대학당국의 요구를 모두 수렴하는 그럴듯한 포장을 하고 있었다.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내신성적의 반영비율을 높이고, 사교육비 과열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수능을 등급제로 하며, 대학의 자율적인 학생 선발권을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세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른바 명문대학들은 내신과 수능 등급제가 ‘변별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본고사 부활을 공공연히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누구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이러한 사태를 교육부가 정말 예상하지 못했을까? 이런 총체적 아노미의 원인은 뜻밖에도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바다. 우리나라의 대학은 학문기관이라기보다는 학벌을 취득하는 권력기관이다. 그 입장권이 대학입시다. 모든 사람들이 그 입장권을 손에 넣으려고 무한경쟁을 벌인다. 국가(교육부)는 ‘공정한 경쟁’이라는 절차적 정당성에 기대어 왔다. 물론 부(富)에 따른 사교육비가 이 경쟁에서 실질적인 우위에서 선다고 할지라도 지금까지 교육부는 공정한 심판관을 자처하며 ‘3불(고교등급제, 대학본고사, 기여입학제) 정책’ 등으로 어쨌든 버텨왔다. 그러나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은 그 얄팍한 포장을 벗기면 교육부가 ‘대학의 선발 자율권’에 백기를 든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대학의 선발 자율권이란,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 서열체제에서는 그리고 사교육이 대학입시를 좌우하는 현실에서는 부를 대물림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문제는 더 이상 ‘입시제도 개선’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딱히 다른 무엇을 상상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대학 간판이 출세를 보장하는 신분증명서인 한,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 서열체제가 유지되는 한, 그 어떤 입시제도도 살인적인 무한경쟁을 ‘완화’할 수 없다. 대학입시가 지배하고 있는 한 초중등 교육이 입시교육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간판을 따러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에게서 대학교육의 경쟁력도 기대할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타고난 개성과 재능을 계발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한 전제조건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인 입시전쟁을 끝내는 것이다. 이 단순한 사실은, 그럼에도 학력 하향(이 말은 때론 국가경쟁력 하향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쓰이기도 한다)이라는 또 다른 사실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정말 두 마리 토끼는 잡을 수 없는 것일까? 마지막으로,해외 특례 입시안의 폐지안은 모든 시각을 국내에서만 바라보는 관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안타깝다.물론 여기는 각종 편법을 이용해 자녀들을 쉽게 국내 대학으로 입학시키려는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들의 문제가 제기돼기도 하지만,그렇다고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지 않는가 ? 결국 해외 발령 주재상사원이나,외교관들의 경우 자녀들을 국내 대학으로 진학시키기 위해서는 가족이나 자녀들만을 국내에 남기고 임지로 떠나야만 하기에 또다른 기러기 가정을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그들에게 이중 생활로 인한 생활비 부담이 크게 가중 될 수 밖에 없어 근무 사기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특히,국내 대학으로 자녀들을 진학시키려는 영주 재외동포들의 경우는 더욱더 그 방법이 막막할 뿐이다. 사실 해외특례 입시안도 초기의 규정을 그대로 두었으면,전혀 문제가 없었는 데 그 사이 계속 뜯어 고치다 보니,누더기가 되어 지금과 같은 각종 문제가 발생해, 해외에서 국위선양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주재상사원,외교관및 영주 해외동포들만 선의의 피해자로 만들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올해도 수능일이 좀 덜 추웠으면 하는 마음에 두서없이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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