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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3 03:47
정치, 경제에 앞서 우리는 인간이다
조회 수 847 추천 수 0 댓글 0
우리들의 조국인 한국도, 우리들의 생활 터전인 영국도, 전 세계가 경제 위기로 신음하고 있는 지금 사람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메마르고 또 예민해져 있다. 정치, 경제를 향한 불만과 또 불안이 극심하다 보니 사소한 일에도 화내기 쉽고, 사소한 일에도 두려워지기 쉽상이다. 6세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들 이반을 잃은 슬픔을 딛고 데이빗 카메론 보수당수가 2주간의 휴식기를 가진 뒤 국회에 복귀했다. 그리고, 그는 복귀 후 첫 말문을 열면서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며, 특히 고든 브라운 총리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카메론의 발언을 원문 그대로 옮겨보면, “I particularly want to thank the Prime Minister for what he said. It came straight from the heart and it meant a great deal to Samantha and me.“ “특별히 브라운 총리가 (아들의 사망에 대해 추도하며) 말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그의 발언은 진심에서 우러나는 것이었고 저와 제 아내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이는 브라운 총리가 카메론의 아들 사망 소식을 듣고서 예정되어 있던 국회 질의응답을 취소하고 정치적 논쟁을 멈출 것을 요청하고, 카메론의 아들을 향한 추도의 메시지를 전달한데 따른 카메론의 감사 표시였다. 국회 질의응답은 지난 994년 당시 노동당수였던 John Smith가 사망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취소된 적이 없다. 브라운 총리의 이 같은 배려는 그 역시 지난 2002년도에 자신의 딸 Jennifer를 10세의 어린 나이로 잃었던 경험이 있는 바, 카메론의 슬픔과 고통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실, 카메론의 아들 사망 이전에도, 또 지금 이 순간에도 브라운 총리와 카메론은 정치적인 노선을 달리하고, 치열한 다툼을 벌여야 하는 정치적인 적 관계에 놓여 있다. 그 동안 정치적인 논쟁에서 서로를 향한 공격도 무수히 감행했으며, 차기 총리직을 놓고 계속해서 전쟁을 벌여야 하는 사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운 총리는 정치나 이념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카메론이 겪게 된 어려움에 동참했고, 카메론 역시 그에 대해 한 인간으로서 순수히 감사 표시를 전한 것이다. 이번에 브라운 총리와 카메론이 보여준 훈훈한 모습은 요즘같이 경제 문제로 한탄하는 목소리가 높고, 정치적인 다툼이 격렬해진 세상에서 어쩌면 우리 모두는 정치, 경제에 앞서 인간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 같다. 그렇다, 비록 서로의 목적이 달라서, 서로의 의견이 달라서, 서로가 속한 집단이 달라서 다투고, 헐뜯고, 미워하는 우리들이지만, 결국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 속에는 공감할 수 있고, 용서할 수 있고, 감사할 수 있는 인간의 존재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열리고, 그 마음이 통할 때 우리는 그 어떤 힘으로도 가져올 수 없는 놀라움을 발견하게 된다. 그 어느 때보다 분열과 다툼이 거센 우리 조국도, 또 한동안 화합하지 못했던 우리 재영 한인 사회도 어쩌면 그 분열과 다툼을 걷어내면 그 안에는 결국 마음을 지닌 우리 인간들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비록 다투고 등돌리던 관계들일 지라도,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는 결국 서로의 슬픔과 고통에 함께 안타까워 하며, 격려와 위로를 건낼 수 있는 마음이, 또 그 위로와 격려에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우리들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경기 침체로 인해 모든 이들에게 참 어려운 시기이다. 그렇다고 정치를 바라봐도 결코 유쾌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들에 앞서서 우리는 결국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함께 이 세상을 헤쳐나가야 하는 인간들이다. 다가올 날들을 통해 그 동안 어떤 일들로 인해서든, 누군가로 인해서든, 쌓였던 갈등이나 미움이 눈녹듯 사라지고, 서로의 마음에 간직된 훈훈함이 힘을 발휘하기를 바래본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전 영국 한인대표신문 한인신문,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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