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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가 저물고 인류가 지구상의 전 지역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을 때, 우리의 프론티어는 끝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마음 속에 유토피아를 그렸고,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새 프론티어로 우주를 상정하게 하였다. 1902년 쥘베른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프랑스 감독 멜리에스의 '달나라 여행'은 어찌보면 인류가 가진 욕망과 상상력은 물질적 한계에도 결코 제한되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일게다. 20세기 우주에 대한 열정은 과학기술과 산업의 폭발로 이어졌으며 그 결과 현재의 우리는 몇 십년 전에는 상상도 못할 우주 개발을 당연한 일상의 하나로 받아들일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우주는 더 이상 순수한 학문적 대상이 아니라 욕망과 정략의 대상으로 치환되어 버렸다.

  과거 냉전시대 미-소간 우주 경쟁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한반도 바로 이곳에서 우주가 그 정치적 수사의 하나로 전락됨을 목도하였다. 물론 후대에 술안주거리로 남을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북한이 '광명성 2호'를 쏘아올렸다는 사실이다. 남한은 겨우 이제 인공위성 발사체를 만드느니 마느니 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에서는 자국의 식량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류가 늘 꿈꾸던 '크고 아름다운' 로켓을 저 우주로 먼저 날렸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일단 인공위성이 궤도에 오르지 못한 것은 둘째치고라도 역시 발사체 자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결국 혁명군가를 전 세계에 송출한다며 그들은 자축하지만 지구상에 누구도 그 혁명군가를 들은 이는 없는 듯하다. 반응도 가지각색이다. 후대에 길이남을 웃음거리가 됐다는 비아냥이 있는가 하면, 북한과 대비되는 우리의 로켓기술과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철폐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비록 기술적으로 불완전 하지만 지난 대포동1호 때보다 사거리가 배나 연장되어 결국 몇 년 안에는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 개발에 성공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번 북한 로켓 발사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고 강화시켜 나가기 위한 전략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으며,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설 자리는 없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본질적으로 로켓이 향한 방향은 광활한 우주가 아니었다. 그 로켓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심장이었다. 과거 북한이 가지고 있는 자원 중에서 미국을 대화의 자리로 끌어낼 수 있는 수단은 한반도의 안보 위협이었다. 그러나 재래식 전력마저도 사실상 남한을 위협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북한에게 남은 카드는 '핵개발'뿐이었으며. 이번 로켓 발사는 '북한핵무장'의 완성판인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 부시정권이 벌인 중동 분쟁지역 해소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관심을 끌 수단은 오로지 '우리는 미국의 본토를 침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자신들의 체제 유지를 위한 협조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 확실한 이상, 세계 체제 유지의 경찰임을 자임하는 미국과의 직접 협상으로 체제를 인정받고 지원을 이끌어 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하겠다. 그동안의 6자회담은 어찌보면 북-미간의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그들의 사전 전략이 되어 버린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오늘은 결과론을 한 번 들먹여 볼 필요가 있겠다. 먼저 지난 10년 간의 한반도 평화 노력이 이어졌다면 과연 북한이 이번 로켓을 쏘아올렸을까? 물론 북한은 노무현 정권 때도 이미 대포동 1호를 쏘아올린 전과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지하 핵실험과 함께 당시 햇볕정책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던 노무현 정부와 '악의축' 운운하던 부시 행정부와의 협상 카드로 쓰였다. 결국 북한의 이러한 전략은 6자 회담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적극적인 대화의 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일방적인 퍼주기식 외교를 하지 않겠다는 명제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외교적 과정이라는 것은 정권 교체에 따른 정권 속성과는 차원이 다른, 단절적인 것이 아닌 연속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현재 상황과 그들의 필요를 우리의 요구에 얼마나 잘 조화시키느냐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냉철한 판단과 정보 수집 노력, 그리고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지난 1년 간, 우리 정부는 이런 관점에서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북한이 먼저 손을 벌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다.

  지난 번에도 언급한 바, 현재 북한의 상태는 필연적으로 다가올 정권 교체와 체제 변화의 준비 단계에 있다. 이번 로켓 발사와 북미 직접 협상은 바로 그 단계를 대비하기 위한 사전 포석인 셈이다. 과거 이념갈등 차원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것은 한참이나 유통기한이 지났다. 아직까지 우리의 대응은 침착하다. 비록 UN을 통한 제재를 준비중에 있지만, 어차피 상징적인 것에 지나지 않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정부 역시 전면적인 PSI 참여 연급을 자제하고 있으며, 오히려 대북특사를 준비중인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휴전선을 맞대고 서로를 접하고 있는 이상, 완전한 대화의 단절이란 있을 수는 없다. 여전히 개성공단은 가동 중이다. 우리가 북한과 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여지는 많다. 옆나라 일본처럼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호들갑'을 떨게 아니라면, 이성적이고 냉정한 판단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북한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 주체는 미국이 아니라 바로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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