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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4 04:23
경제 회복을 위해 부자들의 헌신을 명령한 영국의 결정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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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회복을 위해 부자들의 헌신을 명령한 영국의 결정이 부럽다 당분간 영국 정치권 및 영국 언론은 22일 발표된 2009-2010 회계연도 예산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낼 전망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 속에서 영국은 2차 대전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의 국가 부채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경제 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사안인 현 시점에서 이번 예산안은 그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내년 4월부터 연봉 15만파운드(약3억원)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50%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이는 현행 최고세율 40%보다 10%나 인상된 것으로, 알리스터 달링 재무장관이 지난 해 말부터 공공연히 시사했던 최고 소득세율 인상안이었던 45%보다 5% 인상된 것이기도 하다. 이미 구제금융책으로 무려 500억 파운드를 지출한 상황에서, 경기 회복 및 민생 지원에 나서야 하는 영국 정부 입장에서는, 그러나 경기 침체로 오히려 세수는 감소하고 있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결국 고소득자들을 타깃으로 삼을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결국,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밝힌 달링 장관의 발언처럼, 한창 경기가 좋았던 시절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한 고소득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 그들이 누린 혜택에 대한 댓가를 치르라는 것이다. 이는 이론적으로야 물론 맞는 발상이지만, 노동당 정부의 지난 정치노선을 고려한다면, 그들로서는 매우 고심했을 사안이었다. 노동당은 1970년대 집권 당시 무려 83%의 기록적인 소득세율을 도입한 바 있지만, 1997년 토니 블레어 집권 시에는 금융 부흥을 목적으로 세금 인상을 자제하는 노선으로 선회했다. 그에 따른 결과로 노동당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고, 실제로 영국은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우뚝 올라섰다. 그러나, 영국은 이 과정에서 미국의 무리한 금융 성장을 따라가면서, 역시 최근의 금융 위기에 봉착하고야 말았다. 이제 국민들은 노동당 정부가 허황된 경기 부흥을 시도한 댓가로 사상 최고 수준의 국가 부채와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게 되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 시점에서 노동당은 토니 블레어와 함께 시작된 세금 인상 자제 노선에서 다시 한 번 선회, 지난 10년 간 노동당 정부의 세금 인상 자제로 인해 혜택을 누렸던 고소득자들에게 세금 인상을 통해 고통 분담을 명령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이번에 공개된 예산안을 통해 영국의 경제가 반드시 회복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이번 예산안의 허점들을 찾아내 지적하기에 여념이 없고, 전 세계는 영국의 암담한 경제 상태를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심지어 벌써부터 고소득자들이 세금 인상을 피하기 위해 영국을 떠날 것이라는 전망도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노동당 정부가 국가의 위기에 부자들의 고통 분담을 명령하고 나선 처사는 분명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부자들에 대한 국가 고통 분담은 영국만의 경우는 아니다. 미국도 향후 10년에 걸쳐 고소득자들에게 6560억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더 징수하겠다고 밝혔으며, 그리스도 연봉 6만유로 이상 고소득자들에 대한 세금을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쯤 되면 역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 나라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연일 ‘경제가 어렵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떠느는 목소리는 시끄러운데, 정작 타 국가들에게서 목격되는, 가진 자들에 대한 고통 분담 명령은 전혀 하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과연 우리 정부는 부자들에게 더 높은 세금을 적용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더 효율적이고 공정한 경제 회복 방안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일까? 상상해 본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50%로 명령한다면, 해당 고소득자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영국 정부의 고소득자 세금 인상 방안이 무조건 옳은 것이고,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영국민들은 이번 정부의 예산안 발표 중 고소득자 세금 인상안을 통해, 그 동안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누렸던 이들이, 역시 더 많은 책임을 지게 되었다는 표면적인 결과 만으로도 상당한 위로와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가졌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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