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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1 00:09
개성공단 폐쇄와 우리의 대응
조회 수 829 추천 수 0 댓글 0
김대중 정부 이전의 남북 관계는 흔히 '치킨 레이스'라고 불리곤 했다. 어떤 이성적인 판단없이 서로 '벼랑끝 전술'을 수시로 구사하곤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정통성 약한 정권들이 체제 유지 수단으로 '안보위협'을 의도적으로 이용한 면도 없지 않다. 정말로 '대남적화'를 목적으로 했다면 남한에 온건한 정부가 들어서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함에도 대선때마다 늘 적당한 시점에 '북풍'이 불어닥치곤 했다. 덕분에 한때 군사독재정권의 최대 지지자는 다름아닌 북한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유행했다. 비이성적인 대결구도의 남북관계가 비로소 최소한의 이성적인 대화와 교류의 단계로 들어선 것은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였다. 보수단체들은 햇볕정책을 '대북퍼주기' 정도로 폄하하고 있으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댓가로 하는 기회비용으로 따지자면 햇볕정책은 그만큼의 값어치는 했다. 기존의 남북간의 대화가 단순한 선언이나 협정에 그친 반면 김대중 정부의 최대 업적은 바로 개성공단 사업이라는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결과물을 통해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안정적인 남북 교류와 협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데 있다. 현 정부는 벌써 기억에서 지웠는지는 모르겠지만 6.15 공동선언의 감동은 진정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의 모습을 꿈꾸게 하는데 충분했다. 그러나 그 감동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사실 노무현 정부는 대북정책에 그리 전향적이지 못했다. 탄핵서부터 내몰린 정치적 위기에서 전 정부는 보수의 눈치를 보느라 남북 교류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지연이 결국 어떤 파국을 불러왔는지 목도하고 있다. 북한이 기존의 개성공단 협정을 싸그리 무시하고 새로운 조건을 내건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경제적인 이유로 보이지만 실상은 이명박 정부가 6.15선언을 적극적으로 이행이나 남북관계의 전면적 단절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한 것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다. 보수진영에서는 올커니 하며 오히려 반색이다. 이 기회에 개성공단을 접자는 것이다. 개성공단을 '대북끌려다니기'의 상징이던 개성공단을 폐쇄함으로써 괘씸한 북한을 혼내주자고 한다. '개념'없는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연일 개성공단의 비경제성을 강조하고, 개성공단의 폐쇄는 결국 북한도 원하지 않을 큰 손해를 입힐 것이라고 떠들어 댄다. 심지어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북한에서 폭동이 일어날 거라는 얼토당토 않는 소설을 써대고 있다. 정부는 한 술 더 떠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대책을 지난 2월부터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며 선제적인 대책에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모두 본말이 전도된 태도다. 현재 중요한 것은 책임론이나 결과론이 아니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상대방의 의도는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누누히 강조하지만 현재 북한 정권의 당면 의제는 체제유지와 안정적인 정권이양에 있다. 6.15선언을 연이어 강조하고 핵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김정일은 자신의 사후의 안정적인 체제 세습을 위해 북한 정권의 핵심인 군부에 힘을 실어 주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타날 일부의 경제적 손실이나 대외적 고립은 이에 비하면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북한의 핵개발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남한의 전향적인 태도가 보이지 않는 한 개성공단 폐쇄는 정해진 수순이다. 다만 지난 16일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문은 남한의 자진 폐쇄를 유도함으로써 명분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인 것이다. 우리의 선택지는 단 두 가지 뿐이다. 북한의 의도대로 6.15선언의 적극적 재이행과 북한 체제 유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전향적 태도를 보이든가 아니면,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대북정책의 무지와 무관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개성공단은 폐쇄의 과정을 밟게 될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결국 북한의 세습체제가 안정적으로 결정되고 미국과의 협상으로 체제를 유지받는다면 남북관계가 변화할 여지는 충분하다. 그 때 남북 관계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단초를 지금 마련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적으로 맞대응한다며 먼저 개성공단 폐쇄를 선언하는 우를 범하기 보다는 현실적인 기업들의 퇴출을 유도하고 개성공단과 관련된 협상을 지속해나가는 것이다. 남북의 단절과 대화는 이미 반 세기가 넘었다. 그에 비하면 향후 몇 년은 인내하기에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다. 정부의 이성적인 대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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