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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3 22:44
국회의 직무유기와 미디어법
조회 수 869 추천 수 0 댓글 0
요즘 국회를 열라 말라 한창 고성이 오간다. 국회를 열지 않는 건 국회의원들의 직무를 망각한 무책임한 행태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국회법에는 2, 4, 6월 달에는 임시국회를 반드시 열도록 되어 있고 9월에는 100일 간의 정기국회 소집이 규정되어 있다. 얼핏 보기에 국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는 국회가 아무 일도 안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국회 개원은 엄밀히 말해 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국회가 실질적으로 활발한 논의를 벌여야 하는 곳은 국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 동안 한 달에 두 번 반드시 소집되는 상임위원회다. 정부 제출 법안이든 의원입법이든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토의가 벌어지는 곳이 바로 상임위원회인 것이다. 그동안 자신의 직무를 유기하고 외유로 일관한 일부 몰지각한 의원들 덕분에(?) 국회의원들은 놀고 먹는 집단으로 비춰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일년 내내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곳이 바로 국회다. 이 정도 상식만 가지고 있으면 한나라당이 단독 국회를 열겠다고 선전포고한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금방 드러난다. 법안에 대한 토의는 이제 그만하고 표결처리하자는 것이다. 한나라당만으로도 일반 의결 정족수를 훌쩍 넘겨버렸으니 한번 움찔하면 어떤 법안이든 일사천리다. 이런 전횡은 민주국가인 양 하는 후진국에서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건전하고 치밀한 토론없이 국회의원들은 거수기로 전락한다. 이 슬픈 운명에 놓인 핵심 법안이 바로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이다. 두 법안 모두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데다가 사회적인 파장이 만만찮은 의제들이다. 특히 미디어법의 경우 언론의 공공성에 대한 대립으로 지난 3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를 발족시켰을 정도이다. 하지만 결국 여야의 첨예한 입장차만 확인한 채 막을 내리고 말았다. 국민의 60% 이상이 반대하는 여론조사를 발전위의 의견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한나라당의 버티기로 인한 파행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이 법안을 잘 모르니 여론조사를 반영할 수 없다'는 나경원 의원의 말은 길이 남을 명언(?)이 되었다. 대중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미디어법이 국민 몰래 처리되는 사실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국회를 개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자의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려 한다는 것이 바로 국회의 직무유기다. 미디어법안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은 언론의 '경제적' 경쟁력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3개 지상파 방송사의 독과점 구조를 깨자는 논리로 오히려 재벌과 족벌 언론들의 방송 진입을 허용하는 것이 정부와 한나라당이 제출한 미디어법의 알맹이다. 공중파 방송 시장을 개방해서 경쟁을 강화하고 더 많은 자본을 수혈하자는 얘기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은 방송을 일자리 창출의 도구로만 보고 있는 듯 하다. 전국을 파헤치는 토목공사로는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나 방송은 대중이 가장 빈번하고 직접적으로 마주치는 정보매체이다. 종이 매체가 한정된 독자에게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반해 방송의 경우 대다수 국민들에게 무차별적이다. 특히 땡전뉴스같은 독재의 도구로 이용되었던 우리 공영방송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이번 미디어법 처리가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독과점을 깨자는 논리로 대자본을 허용하는 것은 또 다른 독과점이 형성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과연 미디어법이 과연 일방적으로 처리해야할 정도로 촌각을 다투는 문제인가? 오히려 현 정부 들어 심해지는 빈부격차와 실업 문제, 그리고 졸속으로 시행될 것이 뻔하면서도 22조의 엄청난 돈이 투입될 4대강 정비사업을 진단하는 것이 오히려 더 시급한 문제이다. 만약 이런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음에도 강행한다는 것은 야권의 말마따나 언론과 정부, 재벌의 삼위일체를 통한 정권재창출의 도구화를 방증하는 사실이 될 것이다. 물론 민주당이 대통령 사과와 미디어법 포기를 등원 조건으로 내거는 것도 온당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디어법만큼은 이런 정쟁의 한복판에 놓여서는 안된다. 제발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더어법을 포기하고 정말 민생을 위한 법안들에 매진해주길 바란다. 할 일을 안하는 것도 직무유기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것도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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