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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한 국가의 부는 부존자원으로 평가받는다. 그러한 부존자원의 개념을 유/무형으로 확장시킨 것이 바로 '잠재성장률'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자본과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였을 경우에 달성할 수 있는 국민 총생산 성장률을 말한다. 즉 완전고용이 이루어졌을 때를 전제로 한 성장률인 셈이다. 이러한 잠재성장률은 그 나라의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는 경제적 지표로도 활용된다.

바로 며칠 전, 오는 2012∼2025년 중 한국 경제의 평균 잠재성장률이 2.4%로 뚝 떨어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회원국 30개국 중 7위에 해당한다. 순위 자체는 괜찮은 편이지만 2010∼2011년 예상 잠재성장률 4%(1위)와 비교할 때 하락폭이 너무 급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OECD는 2016∼2025년 평균 실질성장률을 1.9%로 내다봤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일단 떨어지면 여간해서는 다시 올라가지 않는게 잠재성장률이다. 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은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출산율 하락을 극복키 위해 퇴직연령을 올리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확대하며 서비스분야에서의 생산성을 높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잠재성장률은 1980년대만 해도 10%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3%대까지 떨어졌다. 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급락하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 높게는 5%, 낮게는 3%대로 평가됐다.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변수에도 영향을 주었지만 구조적으로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과 급격한 고령화로 상징되는 경제활력의 쇠퇴가 주 원인이다. OECD의 어두운 전망은 이 같은 장기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 저소비, 고실업으로 압축되는 '뉴노멀' 시대의 진입이란 곧 성장잠재력의 저하가 굳어진다는 말이다. 저출산, 노령화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묘책은 없다. 그렇다면 달라진 환경을 인정하고 예전과 다른 시각과 처방을 동원해야 마땅하다.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노동력만 해도 그렇다. '남성'과 '청년층'만이 노동력의 중심축이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2009년 기준 여성의 노동참여율은 53%에 그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은 61%다. 여성 교육수준은 세계 최상위권이나 노동참여율은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사오정'과 '오륙도'로 상징되는 경험있는 인력의 조기 퇴출 현상도 심각한 사회적 손실이다. 능력있는 여성과 경험있는 인력을 산업현장에서 적극 활용하는게 잠재성장률을 끌어 올리는 첩경이다. 이를 위해 부실한 사회시스템을 뜯어 고치고 서비스분야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사실 모두 어려움을 수반하고 있다. 출산장려 정책은 보육·교육 여건부터 획기적으로 바꿔야 하는 만큼 당분간 저출산 추세를 돌리긴 어려워 보인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연금·건강보험료 등 경직성 재정지출의 급증도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공급 부족은 외국인 노동력 활용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런 정책 역시 이민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투자를 촉진해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핵심 규제를 풀고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 잔챙이 규제는 많이 풀렸지만 핵심적인 수도권 규제완화는 여전히 미진하다. 게다가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는 경영자들의 투자 마인드를 위축시킨다.금융위기 이후 잠재성장률 향상은 더욱 힘든 과제가 됐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세계 경제는 이른바 ‘뉴 노멀(New Normal)’ 시대로 진입했다. 뉴 노멀은 저성장과 규제강화를 특징으로 한다. 유럽에서 시작된 재정위기는 세계적인 재정 긴축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글로벌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전망이다. 소규모 개방형인 한국 경제는 이 같은 대외여건 변화에 취약하다. 뉴 노멀 시대에 한국 경제의 성장전략을 새롭게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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