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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30 18:28
프랑스 '노동유연성법' 반대 시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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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가 최초고용계약법을 도입하려고 하자 대학생은 수업 거부로, 노동계는 총파업으로 맞서고 있다. 최초고용계약법의 핵심은 기업이 만 26세 미만의 청년을 채용하면 처음 2년 동안에는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이러한 파격적인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야심적으로 추진하던 각종 정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일자리 문제가 오히려 악화돼 국가적 위기감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고용되면 평생 일할 수 있는 풍토에 젖은 프랑스인에게 최초고용계약법은 받아들이기 힘든 ‘극약처방’이나 다름이 없는 듯하다. 문화적으로는 선진국이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프랑스의 경제성장률은 2% 수준으로 영국 등 주변국과 비교해 매우 낮다. 반면 실업률은 9%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 실업 문제가 심각한 대표적인 국가이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23%나 되고, 한번 실업자가 되면 1년 이내에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장기실업자 비율이 50%를 넘는다. 일자리가 적다보니 직장 찾기를 아예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 프랑스는 인구 6000만명 가운데서 2500만명 정도만 취업하고 있다. 프랑스의 고용개혁은 우리에게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 수 있다. 우리 역시 심각한 실업 문제에 봉착하고 있는 데다 프랑스의 노사관계와 고용제도는 우리와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한국처럼 낮지만 공공 대기업이 조직의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강력하다. 또한, 민간 대기업은 단체교섭이 무의미할 정도로 노사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프랑스의 노동운동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념적으로 좌파에 편향돼 있어 정치적 파업이 빈번하다. 유럽에서도 실험장으로 통하는 프랑스의 노동정책은 1980년대 좌파 성향의 사회당이 집권한 이후 그 경향이 뚜렷해졌다. 프랑스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보다 해고를 법으로 억제하고 실업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일자리 문제를 개선하기는커녕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켰다. 그러자 프랑스는 1980년대 후반 이후 지금의 우리처럼 계약직?임시직?파트타임제 등 비정규직 제도를 활성화시켜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자 했고, 기업이 취약 계층의 근로자를 채용하면 보조금을 지급해서 기업의 노동 비용을 줄이고자 했다. 그러나 이 또한 일자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 정책을 추구했지만 이것마저 실패로 돌아갔다. 프랑스의 근로시간 단축은 우리나라가 주5일제를 도입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줬다. 이러한 프랑스의 힘겨운 역정에서 되새겨야 할 교훈은 정부의 섣부른 정책은 일자리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노동법이 800페이지나 될 정도로 정부가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많은 개입을 한다. 공무원은 감독권한이 커져 좋을지 모르지만 노사 모두 피해자가 되기 십상이다. 정부가 노동시장을 과도하게 규제하면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근로자 채용을 줄이게 된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문제는 더 커진다. 기업은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찾아 생산기지를 쉽게 옮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험은 시대에 뒤떨어진 노동운동은 근로자를 희생시킨다는 평범한 상식을 거듭 확인해주고 있다. 노동조합의 정치적 압력과 파업의 위협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근로자의 기득권을 유지해주면서 사회,경제적 약자인 젊은이에게는 고용안정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셈이다. 청년들의 최초고용계약 반발에 노동계도 동조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기득권을 양보해 젊은이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생각은 없는 듯하다. 정부가 기득권 축소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고, 노동계도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프랑스 청년들의 고용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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