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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과 이번달 12일,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헤즈볼라는 남부 레바논에서 각각 이스라엘 병사 몇을
납치했다.

이전에도 종종 비슷한 일이 벌어졌었지만 이번에 이스라엘은
즉각 자국의 병사 구출 작전을 펼쳤다.

가자지구를 재점령하다시피 공격을 퍼붓고,열흘이 넘도록
계속되는 레바논 전역에 대한 육해공군 합동 작전은 이제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정작 공격 목표인
하마스에 대한 타격은 고사하고 엄청난 민간인 피해만 불러
일으키고 있다.

결국 이번 전쟁은 명분도 약할 뿐더러 그 진행 양상이 너무나
비인간적이라는 점에서 과거 미국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미 60여년이나 이어져온 중동 분쟁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탄생의 역사적 배경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중동에서의 전쟁은 이스라엘의 독립과 함께 시작됐다.

나치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였던 유대인들은 최소한의 생존권과
안위를 위해 고토(古土)로 돌아왔다.
그러나 땅의 주인은 그들을 반기지 않았다.

힘을 갖게 된 이스라엘은 미국,영국 등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옛 주인인 팔레스타인들을 몰아내고 그 땅에 '유대인만을 위한
국가'를 세웠다.

옛 주인은 땅을 빼앗은 새 주인을 인정하지 않았고,새 주인은 땅을 돌려달라는 옛 주인의 요구에 무력을 가했다.

나치의 피해자들이 이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가해자가 됐다.
팔레스타인들 역시 이스라엘이 전쟁을 통해 땅을 넓혀 나가는
동안 무력으로 저항했다.

그래서 탄생한 무장 단체들이 헤즈볼라와 하마스다.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이 남부 레바논을 거점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해 오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침공하자 이란의 지원을 받아 조직적인 무장 투쟁을 전개하면서 생겼다.

하마스는 1987년 제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를 주도(主導)하며 새로운 형태의 지하드(거룩한 전쟁)를 전개해오고 있다.

지상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이번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목적은 사실상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는 시리아와 이란에 대한 위협으로 보인다.  

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의 새로운 강자, 즉 미국이나 이스라엘에서 볼 때 '불량한' 세력은 바로 이 두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장거리 미사일을 비롯한 핵무기 개발과 관련,중대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쟁이 어느 정도까지 확전될지는 아직 단정하기 이르지만
사태진전에 따라 최소한 시리아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왜냐하면 먼저 시리아 내에는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주요 지도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서방측 정보에 따르면 무기 제조 및 공급 등 다양한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리아의 젊은 알-아사드 대통령은 중동의 맹주(盟主)로서의 지위를 아직까지 확보하지 못한 채 리더십을 의심받고 있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다.

문제는 미국의 태도이다.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은 지지부진하다.
지난 14일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UN안보리 제재 결의안이 10개국의찬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으며, 16일 러시아에 모인 G8 정상들의 중동사태에 대한 자제촉구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계속해서 레바논을 공격하면서 지상군까지 투입했다.

17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평화 유지군의 레바논 남부 파견(派遣) 문제를 의논했으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즉시 콧방귀를 뀌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볼 때, 현재로서는 미국이 승인하고 이스라엘이 이란 핵개발 관련 기지를 직접 공격하는 시나리오가 전혀 개연성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 이후의 대책은 '큰 형님'이 처리하면 된다.

이스라엘의 안보 전략은 "먼저 일을 저지른다.
대책은 그 이후 세운다"였다. 이렇게 되면 중동은 핵전쟁을 포함항한'고강도' 전쟁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그것은 지구의 재앙이 될 것이다.
서구의 양심을 대표하던 미국과 이스라엘.
이 둘은 결국 그들이 지난 한 세기에 걸쳐 축적한 정당성을 모두 잃어가고 세계를 위기의 일촉즉발로 몰고가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비극은 지금 즉시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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