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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0 21:09
11월10일자 - 노무현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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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다정하게 만났다. 그들은 정치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북한 핵실험 사태와 관련해 “북한이 핵실험으로 비핵화 선언을 위반한 것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묻고 따져야 하며, 곧 재개될 6자회담에서 분명한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누가’ ‘누구’에게 묻고 따져야 하는지를 분명히 명시해주는 바가 없기는 하지만 두 전,현직 대통령이 책임에 답해야 할 주체를 북한으로 설정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부동산 대책에 대해 “서민용 주택과 임대주택 등은 정부가 맡아서 충분한 물량을 공급해 주고, 나머지 주택은 시장에 맡기되 세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생각해봄 직하다”는 전임 김대중 대통령의 조언도 잘못 접어든 현 정부의 주택 정책을 원점에서 시정해야 한다는 지적처럼 들린다. 다른 전,현직 대통령이 불가피하게 만날 수밖에 없었을 때 서로 외면하면서 적대시하던 상황을 생각하면,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만남은 흐뭇한 장면으로 다가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하필이면 바로 이때 그들이 왜 만났느냐고 묻는다. 두 전, 현직 대통령은 최근 열린우리당에서 일고 있는 정계개편 논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전언을 듣는 순간 그 만남에 대한 의구심은 한층 더 깊어간다. “전혀 언급이 없었다”는 말은 두 사람 사이에 ‘묵시적 교감’이 오고갔음을 명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김 전 대통령의 행보는 ‘묵시적 교감’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최근 그가 그의 정치적 고향에서 대북 정책과 관련하여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정부의 대북정책 및 정계개편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려는 그의 적극적인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대북정책에 대한 그의 입장에 ‘절하거나’ ‘등을 돌리는’ 정치인이 속출하는 것을 보면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아직도 건재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의 햇볕정책 노선의 계승 여부가 정계개편과 직결돼 있음은 여러 정치인의 목소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가 “북한 핵실험 이후 비상한 상황을 대비하고 극복하기 위해 안보, 경제 위기 관리체제로서의 내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하자 마자 청와대는 코드인사로 답을 했다. 열린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 “정계개편 논의는 노 대통령이 주역이 아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은 토론에 기본의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쯤 되면 대통령이 딴 살림 차리기 위해서 집 보러 다닌다는 소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지역주의 행 티켓을 끊고 호남선에 몸을 실은 노 대통령과 비공식 정당은 정계개편에 아주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천정배 전 장관은 정계개편의 주도권은 열린우리당이 가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돌아가는 형국으로 볼 때 그것은 단지 희망사항일 뿐이다. 정권재창출의 권력욕을 뜨겁게 불태우는 노 대통령이 햇볕정책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김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은 자신의 속내를 너무 빤히 내비치고 있다. 공식정당인 열린우리당도 뒤도 안 돌아보고 내빼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집을 팔고 이사 준비에 한창이다. 엊그제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국회연설에서 “열린우리당 창당은 정치실험이었다. 이제는 정치실험을 마감해야 한다”고 천명하였다. 국민들이 생계에 허덕일 때 그들은 그저 편안한 곳에서 즐기고 있었단 것과 진배없는 말이다. 노무현 정권은 자기 살 궁리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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