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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하고 어이없는 해외 공관장 인사



  채근담에 나오는 말 중에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란 말이 있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처럼처럼 한다'라는 뜻인데 지금의 이명박

정부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 5년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린 걸까?

이번 미주 지역 해외 공관장 임명 과정을 보면서 씁쓸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번 대외 공관장 인사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하찬석 주 이라크 대사의 경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을 위해 급거 귀국했다.

그 바람에 이라크 정부에 신임장 조차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다 다시 재임명되어 이라크로 파견되버린 것이다.

국제적 관례를 어긴 망신이다.

거기다 김현종 주 유엔대사의 경우 3년 임기 보장이라는 국제 관례를 무시하고

2년 만에 지난 정부 사람이라는 이유로 경질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의 경우는 또 어떠한가?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새로 내정된 총영사 내정자들이다.

새로 임명된 총영사 10명 중 4명이 지난 선거에서 이명박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라고 한다.

심지어 그 중 주 애틀랜타 총영사로 내정됐던 이웅길 전 미주한인회 총연합회 수석 부회장의 경우

자진 사퇴하긴 했지만, 국적 포기자를 총영사로 임명하려 했었다는 점에서 이 명박 정부의 인사방식에

상식 자체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나머지 4명의 내정자도 바람직한 인사라고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김재수 로스엔젤레스 총영사 내정자의 경우 'BBK' 사건 담당자였다.

김정기 상하이 총영사 내정자 역시 한나라당 서울필승대회 준비위원장이었고,

이하룔 시애틀 총영사 내정자도 대통령 취임 준비위 자문위원을 지냈을 뿐 이렇다 할

외교적인 이력은 없다.

700만 재외 교민의 안전과 복리를 책임질 총영사의 자리를 이렇게 아무에게나 줘도 되는 자리

로 알고 있는 것일까?

과연 이것이 그토록 강조하던 '실용외교'인지 이명박 정부에 묻고 싶다.

  그렇지 않아도 대한민국은 얼마 전까지 재외교민 보호에 있어서는 '후진국'이었다해도 과언

이 아니다.

물질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을 때는 물론이고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조차 정부의 손 길은 먼 곳에 있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재외 교민의 안전에 관심을 두고 노력하고 있는 시점이다.

과연 무엇이 잃어버린 10년인가?

교민의 안전보다 고마운 사람에게 한 자리 만들어 주는게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대통령이라면

국민을 대표하여 나라를 이끌어 갈 자격도 없다고 본다.

아니다.더 엄밀히 말한다면 우리 700만 재외동포들의 대표라고 할 수도 없고,그 자격도 없다.

지난 5년 동안 한나라당에서 노무현 정권을 비난하면서 지겹도록 쓰던 말이 '코드인사'였다.

측근에 능력보다는 자기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배치한 것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었다.

물론 그러한 비판을 일면 정당하다.

그러나 과연 지금의 이명박 정부의 인사를 보면 당시 한나라당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자신에게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국민이 믿고 따를 것이다.

이번 인사는 '코드인사'를 넘어 '보은인사'에 지나지 않는다.

고마운 마음에 선물 보따리 하나 안겨주는 과거 5공 정권의 낙하산 인사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얼빠진 외교통상부는 '국적 포기자가 부임전까지만 다시 한국국적을 취득하면 문제가 없다.'고 외쳐,

제 밥통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니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해외 공관에 근무중인 외교관들에게

각종 역풍만 부는 것이 아닌가 ?

정녕 이명박 정부는 지난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20년 전으로 회귀하려 하는지 의심스럽다.

이런 식이라면 국민의 실망감은 5 년이라는 시간을 버티지 못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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