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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2 00:09
클린턴과 현정은의 방북
조회 수 729 추천 수 0 댓글 0
북한은 사방이 가로막힌 나라다. 바닷길은 대한민국과 일본에 둘러쌓여 자유로운 통항 자체가 어렵다. 유일한 출구는 중국과 러시아 뿐이나, 그마저도 90년대 이후 관계가 그 전만 못하다. 전세계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이후에는 국가의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했다. 수십 년 간의 이런 상황은 자연스럽게 북한을 협상 강국으로 만들어 왔을 게다. 좀 떨어져서 북한을 바라보면 왜 핵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북한의 대외 관계는 절박하다. 오바마가 당선된 이후 미국은 어쩌면 이런 북한의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유일한 정권인지도 모른다. 북한에 억류된 여기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클린턴이 나섰다. 그것도 미국 정부의 지원 자체가 전혀 없는 순수한 '민간인' 신분이다. 전세기마저 민간 사업자가 대여해주었다. 즉, 미국 정부와 북한과의 관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전직 미국 대통령'이라는 상징적 지위를 십분 활용한 것이다. 상징적으로 북한이 미국에 우호적 태도를 내비친 것이 되었으나, 표면적인 북-미 관계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대화 채널은 다변화 되면서도 핵협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어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한 것도 어쩌면 클린턴의 방북이 이끌어낸 결과일게다. 비록 정부에서 그동안 물밑 협상을 해온 것처럼 이야기하나, 실상은 현정은 회장이 그동안 쌓아온 신뢰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일단은 현정은 회장의 방북은 200일 가까이 억류된 현대 아산 직원의 석방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정부나 언론에서는 이번 방북으로 그동안 경색된 대북 관계가 해소되기를 기대하는 듯하다. 그러나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시금석은 현대 아산 직원의 석방이 아니라 서해에서 나포된 어선과 선원들의 석방이다. 북한에서는 현정은 회장의 방북을 클린턴의 경우와 같이 개인 차원의 것으로 남겨둘 것이다. 즉 현대 그룹과 관련없는 어선과 선원 석방의 문제는 별개 사안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방북이 과거 고 정주영 회장의 방북과 같은 돌파구가 되려면 정부의 적극적 태도 변화와 화해 제스처가 수반되어야 한다. 8.15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역시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을 축소하고 인도적 식량 지원과 같은 카드들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정은 회장의 방북 과정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나 개성공단 임대료 협상 등 현재 막혀 있는 통로들에 대한 논의가 분명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남북 간의 실무진 협상은 봉쇄된 상황이지만, 김정일위원장의 건강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고 가정한다면, 지난 번과 같은 무력 시위는 당분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 역시 막혀 있는 실무간 협상 통로들이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단 억류된 유 씨가 석방되더라도 향후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남북 관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도 시기상조다. 북한은 이번 현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각종 경제적 실익 등을 다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것이 지난 번 개성공단에서 언급된 과도한 토지 임대료와 같은 것이 될 지 혹은 실질적으로 가능한 협상이 될 지는 미지수다. 민간의 노력이 아무리 절실하더라도 결국 남북 관계 개선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정부다. 이미 미국은 다양한 대화 채널을 확보한 것처럼 우리도 역시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 꽉 막힌 태도로 일관하기 보다는, 좀 더 유연한 대북 관계 정책이 간절히 요구되는 시기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전 영국 한인대표신문 한인신문,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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