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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3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한반도에 '미묘한 정세 변화'가 있다고 발언한 것은 심화되는 북ㆍ미간 구조적 대결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여기에 더하여 이제 한국도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에 주체적으로 개입하려는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다.
6월로 예정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과 노무현 대통령의 몽골 발언은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과 함께 남북 주도의 정세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관련국들의 해법 찾기가 제각기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핵문제의 해결을 넘어 북한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의도하는 이른바 '북한 문제'로 접근하고 있고 그 방식은 입체적이고 전면적인 압박을 통한 북한 체제의 근본적 변화 추구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미국의 대북 압박 기조에 맞서 북한은 이른바 '3년 버티기' 전략으로 대미 대결의 장기화를 준비하면서 6자회담 거부의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미국의 대북 정책과 북한의 대미 대결이 마주치면서 지금 한반도는 상황악화의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북ㆍ미간 구조적 대결 양상이 과거와 다른 미묘한 점은 북핵을 둘러싼 사안별 대결이 아니라 북한의 변화와 장래 모습을 놓고 북ㆍ미간에 벌이는 전략적 대결이기 때문이다.
즉 미국은 이제 북핵문제 해결과 함께 북한체제의 변화라는 북한문제의 근본 해결을 고민하면서 위폐와 인권 등 다각적인 압박을 통해 북한에 대한 '폭정종식'을 노리고 있고 북한 역시 핵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신경전은 접어둔 채 미국의 체제전복 의도를 전면 거부하면서 대미 대결과 버티기에 착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향후 변화와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북ㆍ미간 대결 구조에서 우리 한국도 과거와 달리 북핵을 뛰어넘는 전략적 고려를 해야 할 상황임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북핵의 평화적 해결에 초점을 맞춰 대북정책과 한ㆍ미공조를 진행해왔다면 이제는 북한문제라는 보다 근본적인 접근방식을 전략적으로 고려하면서 한국식 '대북 변화론'의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 즉 미국의 북한문제에 대한 접근이 압박을 통한 북한 변화로 정리되고 있다면 이와 관련해 이제 우리 한국의 북한문제에 대한 방식도 제시되어야 하는 바, 한국 입장에서 북한의 변화를 끄집어내고 평화통일을 성취하는 접근방식은 이른바 대북 포용정책으로서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을 거치면서 북한 스스로의 개혁ㆍ개방과 변화를 통해 한국 주도의 점진적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이는 최근 미국이 취하고 있는 입장과 사뭇 달라 보인다.
우리 입장에서 대북 화해협력과 북한변화를 이끄는 모범적 사례이자 중요한 시작으로 인식되고 있는 개성공단에 대해 얼마 전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가 인권상황을 비난하고 한국의 대북경협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사실상 북한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에서 미국과 한국의 차이점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대북 압박이 전면화되고 구조화되는 상황이라면 이제 한국이 주도하는 대북 변화의 접근방식을 진전시킴으로써 향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과정에서 우리가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드러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DJ의 6월 방북은 북ㆍ미간 구조적 대결이라는 외적 조건을 남북이 주도하는 내적 계기를 통해 한반도 정세를 호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북에 더 많은 양보를 해서라도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힌 것 역시 한반도 정세의 대외적 악화를 한국정부의 주체적 노력에 의해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포기할 수 없는 당위적 과제다. 따라서 DJ의 방북에서도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북핵문제의 진전을 위해 북을 설득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북핵문제의 해결이 DJ 방북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 되기에는 북ㆍ미간 대결구조가 너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과 화해협력의 진전으로 오히려 북핵상황의 악화를 막고 미국식 대북 변화론이 아닌 한국식 대북 변화론이 실제로 가능하고 바람직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대북 압박보다 대북 포용이 북핵해결뿐 아니라 북한 변화에 기여하는 올바르고 효율적인 길임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DJ의 6월 방북이 더욱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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