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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3 05:50
개성공단과 한미 FTA
조회 수 779 추천 수 2 댓글 0
세계야구의 최강자를 가리고자 금년 3월에 처음 열린 WBC(World Baseball Classic) 대회는 자칫하면 그 이름값을 못하는 초라한 대회로 전락하거나 아예 개최되지 못할 위기를 맞았었다. 아마야구의 최고봉인 쿠바,미국 메이저리그 최고팀과 싸워도 팽팽한 승부를 벌인다고 평가받는 쿠바팀의 참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본선 참가팀은 상금을 받게 돼 있는데,쿠바의 야구팀이 상금을 받는 것은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 위반이라는 미국 재무부의 결정 때문이다. WBC 개최사무국은 미국 재무부에 쿠바팀의 참가를 예외적으로 인정해 줄 것을 강력 요청했지만,미 재무부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주최측은 미 행정부와 쿠바를 오가며 타협안을 모색했다. 결국 쿠바팀은 대회에 참가하되,상금 전부는 미국 뉴올리언즈를 강타한 태풍 카타리아 수재의연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미 행정부는 경제제재 원칙이란 명분을 지켰고,주최측은 쿠바팀의 참가를 보장받았으며,쿠바팀은 미국본토에서 그들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제 막 1차회의가 끝난 한,미 FTA협상에서 개성공단이 주요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은 12 개 한국기업이 입주,6000명의 북한노동자를 고용해 신발 부엌용품 섬유류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남북 합의대로 개성공단이 개발되면 2012년에는 2000여개 업체가 입주해 70만명의 북한노동자를 고용할 예정이다. 한,미 FTA협상에서 한국측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한국산(産)으로 인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만약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게 되면,FTA협상 결과에 따라 무관세 또는 저율의 특혜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만약 개성공단 제품이 한,미 FTA에서 제외되면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생산품은 미국의 대북경제제재조치로 인해 100%가 넘는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사실상 대미 수출이 어려워진다. 한,미 FTA 1차 협상에서 한국측은 통합협정문에 개성공단에 관한 내용을 '괄호(합의하지 못한 사안을 표시하는 형식)'에 넣어 기록하는 선까지는 일단 성공했다. 그렇지만,미국은 개성공단제품에 대해 한,미 FTA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기본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는 "FTA는 한국과 미국에 해당하는 것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북한산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막스 보커스 미 상원의원은 최근 토론회에서 "개성공단 문제 하나만으로도 한ㆍ미 FTA 전체를 침몰시킬 수 있다"며 "워싱턴에선 개성공단 문제를 다룰 여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왜 미국은 이토록 강경한가? 미국은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돈이 그들이 적대시하는 북한정권의 수중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고,또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노동권,집회,결사,단체교섭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착취당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협상에서 쉬운 건 없다. 한국측은 미국에 이미 유사한 선례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FTA에선 요르단 지역 공장 제품을 이스라엘산으로 인정해줬고,미국,싱가포르 FTA에선 인도네시아 섬에서 생산된 IT제품과 의료 제품이 싱가포르를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될 경우 이를 원산지 제품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한국측도 개성공단 문제의 중요성을 의식해 그간의 FTA 과정에서 이를 반영하려고 노력해왔다. 한,싱가포르,한,아세안(ASEAN),한,유럽자유무역연합(EFTA) FTA 체결 시 개성공단 문제를 제기해 일정부분 한국산으로 인정받았다. 명분은 이미 축적된 셈이다. 한,미 양측 모두 개성공단제품의 수출가치가 당장은 크지 않음을 알고 있다. 협상은 불가능할 것이란 절망감을 뛰어 넘어 가능성을 창조해 내는 예술이다. WBC의 쿠바팀처럼,개성공단 이슈가 한국과 미국 모두에 명분도 살리고 실리도 얻는 묘안이 도출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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