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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찬성론은 대개 이렇게 시작한다. “무역 의존도가 70%가 넘는데, 개방을 안 하고 어쩌자는 말인가.” 그런데 이 무역 의존도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물으면 사실 아는 사람은 드물다. 무역의존도는 대개 국내총생산에서 총수출입액 즉 교역량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계산된다(무역의존도= 수출액+수입액 / GDP).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가 70.3%로 세계 22위라고 한다.
  순위에 매우 민감한 게 우리 정서인지라, 그러면 무역의존도가 세계 1위이면 좋은 것일까. 1위는 홍콩이다. 무려 325.4%이다. 뒤를 이어 말레이시아(196.1%), 벨기에(168.2%), 태국(117.9%), 헝가리(114.9%) 등이 있다.
  무역의존도는 또 흔히 ‘대외개방도’로 사용된다. 즉 한나라의 국민경제가 얼마나 ‘개방’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무역의존도가 70%라고 할 때, 우리의 개방 수준이 대략 70%라는 뜻이다.
  그러면 우리가 따라잡지 못해 안달하는 언필칭 ‘선진경제’는 어떨까. 독일이 60.5%로 매우 높다. 영국은 37.2%에 불과하다. 그런데 우리의 FTA 상대로 이야기되는 일본과 미국은 어떤가. 일본은 고작 21.8%, 미국은 그보다 낮은 20.0%이다.
  이제부터 우리의 머리는 쥐가 나기 시작한다. 아니 그러면 일본은 21.8%만 개방했고, 미국은 심지어 20.0%만 개방했다는 말인가. 그러면 미국은 20%만 개방하고, 70%나 개방한 우리에게 이것 저것 눈에 보이는 것 모두 개방하라고 하는 것인가. 또 정부 관료들은 덩달아 개방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호들갑이지 않은가.
  본디 무역의존도, 정확히는 ‘GDP 대비 교역량 비’라는 경제이론적으로 별 의미없는 지표를 ‘개방’에도 끌어붙여, 개방할수록 성장률이 높아지고 또 분배불평등(사회양극화) 해소에 좋다는 주장은 세계은행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를 통해 1990년대 세계은행의 실패를 합리화하고, 이를 계속 권장하기 위한 정책캠페인의 연장이라는 말이다. 한미FTA를 통해 성장을 촉진하고, 고용을 창출하며, 그래서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참여정부의 주장이다.
  어째 닮은 꼴이지 않은가. 세계은행의 주장은 이후 국제학계에서 심각한 반론에 부닥친다. 반론의 요지는 간단하다. 왜 세계은행 말대로 하는데도 국내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양극화는 더 심화되는가. 참여정부는 그렇게 보자면 한사코 한쪽 말만 들은 셈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개방도를 무역의존도로 측정할 때 이미 우리의 개방수준은 적어도 G7국가와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무역의존도가 높으면 좋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과도하게 높은 무역의존도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이다. 한미FTA로 무역의존도는 더 심화될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위에서 보듯 무역의존도의 분모는 GDP이다. 분모가 줄어들면 무역의존도는 증가한다. 그런데 GDP=소비+투자+정부+순수출(수출-수입)로 계산된다. 한미FTA로 인해 순수출 즉 무역수지흑자가 축소될 것이라는 것은 정부도 인정한다.
  그렇다면 투자가 늘어야 한다. 한미FTA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늘어날 전망은 무망하다. 그렇다면 소비 즉 내수가 받쳐줘야 한다. 사회양극화의 심화는 오히려 내수기반을 잠식한다. 우리 경제가 가야 할 바른 방향은 무역수지흑자를 유지하고, 내수를 진작하고, 국내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한미FTA는 지금 거꾸로 가고 있다.
  2차 협상이 ‘계산된 파행’으로 끝나고 이제 3차 협상과 같은 기간 열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북미사일 문제와 뒤엉켜 가뜩이나 열세인 FTA 협상은 그래서 더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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