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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야만적 행위와 우리 속의 야만.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이 납치된 지 이제 15일이 흘렀다.

그 사이 배형규 목사가 살해되었고 31일에는 심성민씨가 연이어 총탄에 쓰러지고 말았다.

남은 사람들도 극도의 스트레스와 건강악화로 한계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생명의 무게는 한 사람이


든 몇 사람이든 같다. 이미 배형규 목사가 살해된 시점부터 아프간 인질 사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하나 건넌 셈이다.

  물론 우리들의 간절한 소망은 남은 사람만이라도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이미 저질러진 야만적

행위에 대한 상처는 아물지 않는 흉터로 남을 것이다. 그러한 반인륜적 행위를 저지른 탈레반의 극단

적인 논리는 그들의 역사적 아픔을 충분히 감안한다 하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그들은 인질

납치와 살해 과정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 세계에 전하면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고 있다.

이는 희생자에 대한 예의도 아닐 뿐더러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마저도 상실한 행동이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것이 얽힌 실타래 마냥 실마리 조차 하나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탈레반에서는 한국과의 직접 협상을 하고자 하나 수감자 석방 문제는 미국의 판단에 달려 있다.

그런데 정작 아프간 정부와 미국은 한 발 물러서서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이들의 자기 합리화와 이기적인 태도는 결국 인간에 대한 존엄이 국제 사회의 합리적 논리에 얼마나

무참히 파괴되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한 발 더 나아가 우리 언론들이 보여주는 태도 역시 비판 받아 마땅하다. 사건 발생 초 KBS가 탈레반

쪽으로부터 돈을 지불하는 대가로 인질 관련 테이프를 제공하겠다는 제의를 거절했다. 이를 많은 언론

들이 보도했지만 그 이후 탈레반 쪽을 경쟁적으로 접촉하고 외신을 ‘일단 보도하고 보자’는 식의 태도는 여전하다.

아프가니스탄 현지인을 통신원으로 계약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아프가니스탄 현지에 취재 기자를 보낼 수 없는

국내 언론은 외신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차선책을 찾기에 바쁘다. 국내외 상업주의 언론들이

보도 경쟁을 벌이는 것도 예견된 일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생명의 존엄을 배워야 한다. 그 어떠한 정당한 논리가 앞선다 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이의 귀중한 목숨을 담보로 한다면 그 자체로 이미 '공포(테러)'에 지나지 않는다.

또 그 목숨을 한 줄의 기사로, 또는 자신의 이익과 연결시키는 행위 역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들의 목숨이 경각에 처해 있는 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행동 자체를 비난하는데 더 열중했던 사람들

역시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례적으로 아프간에 대통령의 특사를 보냈다. 그만큼 정부도 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과연 별다른 의미도 없이 다만 미국과의 관계로 군대를 보낸 우리 정부는 과연 그만큼의 협상력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불길한 느낌도 든다.

이번 일로 우리 정부는 자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국민의 생명과 미국과의 관계 속에

서 증명해 내야 할 답답한 시점이다.

이제는 우리 정부의 노력과 능력을 신뢰하면서,온 국민들이 우리 정부의 노력에 마음 속으로나마라도

하나가 되어 힘을 보태는 일 밖에는 도리가 없다.

우리 유로저널 전 임직원들은 극악무도한 인질 테러범들의 흉탄에 숨을 거두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의

삼가 명복을  빌면서 그 유가족들과 슬픔을 함께 한다.

또한 나머지 무고한 생명들을 더이상의  반인륜적 목적과 행위의 희생양으로 삼지말고 즉시 석방하

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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