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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무방비 노출된 영국 청소년들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서 인터넷의 부정적인 영향과 그 심각성은 이미 한 물 간 주제일 수 있다.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유해 컨텐츠에 대한 노출 등, 다양한 주제들이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되어 온 바 있다. 그에 비하면 인터넷의 발달 속도나 그 활용도가 한국에 비해 한참 뒤쳐져 있는 영국은, 상대적으로 인터넷과 관련된 문제 의식이 거의 제기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 영국도 어쩔 수 없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 까닭에 인터넷의 영향과 범위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인터넷 쇼핑 수익이 급증하고, 이에 따른 온라인 사기의 동반 급증이 그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역시나 그 동안 간과되어 왔던, 인터넷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들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려는 모양이다.

영국 공공정책 연구소(Institute for Public Policy 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16세 이하 청소년들이 평균적으로 주당 20시간 이상을 인터넷을 하면서 소비한다고 한다. 이는 한국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수치지만, 영국이 그 동안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던 것보다 세 배나 높다는 점에서 영국 언론은 이를 상당히 심각하게 전하고 있다. 상당수의 영국 청소년들이 우리나라의 싸이월드와 같은 개념으로 MySpace나 Facebook 같은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상에서 일종의 사교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음란물을 본 적이 있는 어린이들도 무려 57%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미 이러한 현상과 문제의식을 충분히 겪어온 우리들로서는 별반 새롭지도, 흥미롭지도 않은 사실이건만, 그 동안 인터넷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별다른 심각성을 갖지 못했던 영국인들에게 이는 상당히 우려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이들은 우리나라의 세대 차이보다 더한 세대간 문화 차이를 갖고 있으며,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자녀들이 심취해 있는 인터넷의 세계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는 인터넷과 친숙하지 않은 기성 세대의 재영한인들에게도 얼마든지 해당될 수 있는 사항이다. 당장 자신들의 자녀가 얼마나 인터넷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또 인터넷을 통해 어떤 컨텐츠를 접하고 있는지에, 그래서 그로 인해 어떤 정서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는 재영한인 부모들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다.

한국 청소년들이 게임과 음란물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을 주로 보였다면, 영국 청소년들이 우려되는 인터넷 컨텐츠는 무엇보다 폭력물이다. 액션 영화나 잔혹한 영상을 말하는 게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동영상 촬영 기능이 탑재된 휴대폰이 보급되면서, 청소년들이 재미 삼아 벌이는 범죄 현장을 역시 재미 삼아 촬영하는 충격적인 일들이 발생해 왔고, 그러한 영상들이 인터넷을 통해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무리를 지어 배회하다가 지나가는 행인을 그냥 재미로 폭행하고 그 현장을 촬영했다는 사실이 전해져 충격을 전했던 사건들의 이면에는 그러한 실제 폭력 영상을 선호하는, 즐기는 이들 청소년들의 그릇된 문화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러한 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보급하고, 접하는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YouTube의 경우, 검색창에 ‘happy slap’(앞서 언급한 청소년들이 재미 삼아 벌이는 폭력 범죄를 일컫는 용어)이라는 단어를 검색할 경우 이에 해당하는 영상물이 주당 117건이나 새로 등록되었으며, 'street fight'(거리싸움)의 경우 무려 312개의 영상물이 등록되고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공식적인 사이트 조차도 청소년들이 이러한 영상물을 관람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인터넷에 무지한 대다수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자녀가 인터넷을 통해 이러한 컨텐츠를 접한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미 UCC(User Created Contents) 문화가 급속도로 자리잡은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들이 직접 촬영한 다양한 영상들이 방대한 규모로 유통되고 있지만, 영국에서처럼 청소년들이 재미 삼아 지나가는 행인을 폭행으로 숨지게 하고, 그것을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유통시키면서 즐기는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과는 성격이 다른 영국 청소년들의 문제가 인터넷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같은 문화권을 공유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재영한인 자녀들 역시 이러한 인터넷의 그릇된 영향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것은 절제된 가운데 유익한 컨텐츠를 활용할 경우 더 없이 뛰어난 이 시대 최고의 산물이다. 그러나, 무절제 속에서 어떠한 규정도 없이 걸러지지 않은 모든 컨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될 경우, 청소년들에게 그보다 위험한 것이 없다. 거의 대다수가 인터넷과 친숙한 우리 자녀들이 인터넷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재영한인 부모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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