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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6 00:49
이 명박 정권이 다시 시작해야하는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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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명박 정권이 다시 시작해야하는 100일 안정과 성장을 희구했지만 불안과 혼란 속에 100일이 지나갔다. 누구에게는 무척 긴 100일이었으리라. 많은 이들이 '새벽종'이 울리면서부터 바쁘게 뛰어다녔고 밤을 새워가며 국정에 헌신했지만 돌아 온 건 지지율 20%라는 참담한 성적표다. 도대체 역대 2 번 째의 큰 표차로 당선되었고 정권초 90%에 육박했던 지지율을 기록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아니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내일은 어떻게 될 지인지도 모른다. 역시 첫번째 요인을 꼽자면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이라는 부실협상이다. 최근 벌어진 먹거리 문제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이 협상에 대해 졸속이라며 반발했고, 그러한 국민의 불안감을 무시하고 정책을 밀어붙이려 한 게 이어지는 실책이 되고 말았다. 계속되는 말바꾸기와 변명은 결국 거짓임이 밝혀졌으며 이에 국민들의 배신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거기다 장관들의 어이없는 발언도 한 몫 단단히 했다. "미국 사람도 먹는 거다, 불안하면 먹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 그러면 시장에서 알아서 해결될 일 아니겠느냐"며 '원칙'에 충실한 발언을 하는 순간 국민은 등을 돌려 버리고 말았다. 거기에다 경제 악화에 따른 서민들의 고충이 계속 커지고 있고,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대운하 개발, 수돗물 민영화, 하다 못해 쇠고기 고급화 등 서민 생계와 거리가 먼 것들로 이어진 것도 국민의 불신을 잔뜩 키우고 말았다. 결국 어제 광주에서는 촛불이 아니라 횃불이 등장했다. 이제는 '시위'가 아니라 '항쟁'으로 코드가 탈바꿈하는 상징이다. 평화롭게 촛불 시위에 참여한 여대생의 머릿채를 휩잡아 쓸어 뜨리고 군화발로 짓밟는 5 공식만큼 잔인한 어청수 경찰청장의 강경 대응이 화근이었다. 군중의 시위 양상은 이미 인터넷 시대를 달리는데 70-80년대식 독재 정권식 진압 방식으로 대응한 결과다.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일찌감치 촛불집회에 적극 참가하는 한편 민주노총 운수노조는 쇠고기 보관 창고를 막았고 전국공무원 노조는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행정지시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행정 거부운동을 선언했다. 거기에다 금융노조까지 나서서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금융업무에 대해 신용장 개설업무 거부를 선언했다. 여기에 민주노총보다 소극적이던 한국노총까지 정부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법규에 따른 업무를 거부하거나 타인의 재산을 가로 막는 행위가 얼마나 행동에 옮겨질지는 모르지만 대학생과 노동계가 서서히 결합하고 있고 사회지도층 지식인들의 시국선언이 잇달아 발표되고있다. 쇠고기 수입 반대는 이제 농민, 노동자, 대학생, 중고생, 지식인, 정치권의 야당, 심지어는 해외 동포까지 아우르며 엄청나게 넓은 전선을 구축했다. 또 다른 결정적인 요인은 이명박 정부에 따라 다니는 강부자 정부,고소영 정부, 독선적 정책 추진, 시민에 대한 무력진압이라는 혐오와 반발이 이들 서로 다른 계층과 세력을 융합시키는 시멘트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는 것. 혹자는 이번 일을 통해 변화된 사회상을 엿본다고 한다. 즉 인터넷을 통한 생활의 정치이자, 난장의 정치인데 정부는 30년 전 고도성장기의 모습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데 따른 괴리감이 아니냐는 거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 하나는 지금 현재 정권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의 대다수는 바로 작년 12월에 이 정권을 창출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변화에는 다름아닌 '자기 중심의 이기적인 정치'가 도사리고 있다. 그 어떤 거대 담론이나 구체적인 표를 제시하는 움직임이 아니다. 오로지 '재협상 촉구' 아니면 조금 더 나아가 '정권퇴진'이다. 즉, 지난 겨울 투표장에서 자기 한 몸 건사하고자하는 욕망으로 기표를 했으며, 바로 자기와 주변의 건강권이 위협받는 순간 돌아서 버린, 이기심의 정치인 셈이다. 아주 작게는 정말 해외 동포 생활을 잘 들여다보면 우리 동포 사회에서는 흔한 일이다. 자기가 배고프고 아쉬울 때는 "사장님,형님"하고 반갑지도 않게 불러 대다가 이런 것들이 해결되고 나면 "한 번 사장이면 영원한 사장이냐?"해 가면서 말바뀌기가 일쑤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부정적으로 보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개인의 권리 의식의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 정권과 사회 지도층에서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있는가이다. 국민은 주주이고 국민의 욕망을 실현하는 것이 CEO형 대통령이라고 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사회의 변화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이 필요한 시기이다. 무조건 잘못했다 반성하겠다, 앞으로 잘하겠다만 외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욕망과 여망을 어떻게 수렴하여 구체적으로 정책화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인사개편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 나물에 그 밥일 거라면 차라리 지금 인사들을 거리로 풀어 놓고 진지하게 가르치는 것이 낫다. 누군가에게는 긴 100일지만 사실 고작 100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앞으로 4년하고도 9개월씩이나 남았다. 남은 기간을 위해, 아니 더 먼 미래의 모습을 위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통령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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