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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7 00:49
기러기 가족, 증권맨 보다 힘든 사람들을 기억하자
조회 수 1296 추천 수 0 댓글 0
기러기 가족, 증권맨 보다 힘든 사람들을 기억하자 전 세계적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대한민국에도 여지없이 드리워져 다가오는 겨울을 더욱 두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 언론과 포털 사이트는 날마다 경기 불황의 그림자에 신음하고 있는 이들의 사연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같은 소식들 중에서 유독 자주 등장하는 집단이 있었으니 바로 자녀들의 해외 조기 유학을 위해 탄생한 기러기 가족들과 한 때 억대 연봉으로 화려한 자리를 누렸던 증권맨, 금융인들이다. 환율과 관련해서, 금융 위기와 관련해서, 해외로 외화를 송금해야 하는 이들이나 금융 시장 침체로 인한 이들의 고통스런 사연들은 어느새 미디어의 단골 메뉴가 되어 버렸다. 물론, 이들이 겪는 물적, 심적 고통과 고민을 폄하할 의도는 추호도 없다. 그럼에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것은 언제부터 이들이 한국 사회의 위기와 고통을 대변하는 집단으로 여겨졌냐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보다 수십 배, 수백 배로 힘든 이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자식과 아내를 해외에 보내놓고 한국에서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송금하면서, 외로움과 고단한 일상을 버텨나가는 기러기 아빠들은 미디어로서 매력적인(?) 소재이다. 오죽하면 조폭도 기러기 아빠가 되는 ‘우아한 세계’같은 영화도 나왔겠는가. 어깨가 축 처진 기러기 아빠들의 사진을 보면 괜한 안쓰러움이 들고, 더구나 이번 주에는 조기 유학 감소 추세, 조기 유학생 부모들의 자녀 귀국 문의 등이 증가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경기 불황이 이들 조기 유학 집단에 끼친 영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 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들의 따뜻한 관심과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사회의 낮은 자리, 약한 자리에 선 사람들은 결코 아니다. 그래도 평생 비행기조차 한 번 타보지 못한 이들보다는, 생활이 어려워서 한국에서 그 흔한 학원조차 보내기 어려운 이들보다는 훨씬 풍족한 환경에서, 더구나 타인의 강요도 아니고 자의에 의해 선택한 기러기 가족들이다. 자녀들의 유학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면 형편에 맞추어 계획을 수정하면 될 일이지, 당장 생존에 위협을 받을 처지는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증권맨, 금융인들도 마찬가지다. 예전보다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 당장 실적이 급감하고 직업 안정성에 위협을 받는 것은 안타깝지만 잘 나가던 시절 높은 수익을 올리던 이들의 한숨은 그다지 공감이 되지 않는다. 불면증,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증권맨 기사를 보면 ‘한 때 억대 연봉을 받던…’ 같은 문구가 보인다. 평생 억 단위는 커녕 천 단위도 손에 쥐어보지 못하면서도 땀흘려 고생하는 이들을 생각하면 증권맨의 고민은 엄살이다. 30대 직장인 가정들의 사연도 불가항력으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지만, 그 외에 내집 마련에 대한 지나친 욕심으로 무리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또 최근 몇 년간의 투자 열풍에 편승해 펀드나 주식에 투자한 투기성 재테크의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안타까움도 있지만, 일정 부분 욕심과 허황을 지니고 분위기에 편승했던 당사자들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고통과 근심에 시달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정말 하루 하루의 생존조차 버거운 이들은 오죽하겠는가? 사회 소외 계층, 극심한 빈곤층, 독거 노인들, 소년소녀 가장들, 판자촌 사람들, 노숙자들… 우리 사회에 이전부터 존재해 왔고, 미디어의 흥미로운 소재가 아니기에 별다른 관심도 받지 못한 채, 그 누구보다 춥고 외로운 겨울을 맞이하게 될 이들이야말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일수록 우리들의 더 큰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때일 수록 이전에 누리던 것만큼 누리지 못한다고 낙담하고 불평하기 보다는, 이전에도 못 누렸고 지금은 더 못 누리는 이들을 돌아보고, 이들에게 작은 위로나마, 작은 도움이나마 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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