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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5 01:48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안전망
조회 수 722 추천 수 0 댓글 0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안전망 자본주의와 산업화가 만나면서 만들어 낸 최대의 사건은 어쩌면 고용인과 고용주의 관계인지도 모른다. 즉 근대 이전의 시기에는 고용주와 고용인의 권력 관계가 불평등하여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계산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근대 이후 품을 팔고 그에 합당한 삯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에 비추어 보면 자본주의는 신분 관계의 해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근대 산업사회는 이러한 고용의 관계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 즉 노동력의 표준화, 구조화이다. 능력의 다양성보다는 균질화된 노동력이 필요했고, 교육 체계와 사회의 고용구조는 이에 맞추어 변화되었다. 현대의 경제학이 성립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인물인 아담 스미스 역시 이런 노동력을 결정적인 생산요소로 뽑았다. 다만 우리가 한 가지 오해하고 있는 것은 그가 주장한 완전경쟁을 통한 완전고용은 실증적인 언설이 아니라 규범적인 명제였다는 점이다. 즉, 효율성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완전고용을 통한 노동자들의 안정적 삶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생산과 소비가 긍정적 순환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셈이다. 지금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세계적 경기침체는 바로 이런 순환 고리를 철저하게 파괴하는 중이다. 미국의 한 경제학자는 '올해 테러보다 더 위협적인 것은 실업'이라고 할 정도다. 미국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줄을 서기 시작했고,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장기적인 실업으로 인해 극단적인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는다. 일부 상층 계층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 계층이 계층하락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회적 안전망이 성근 국가의 저소득층은 이미 생존조차 위협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의료복지를 제외하고는 사회적 안전망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한 국가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부유층 감세와 더불어 복지예산 감축을 선사하셨다. 줄어든 실업 급여와는 반대로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대를 바라볼 전망이다. 일자리 50만 개를 늘린다던 1년 전의 호언장담은 이미 쪼그라든지 오래다. 전년도에 비해 이미 10만 개의 일자리가 줄었고, 향후 20만 개가 더 줄 전망이다. 청년 실업은 더 심각하다. 채용 동결은 고사하고 정부발 구조조정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다반사다. 2월의 졸업시즌은 대한민국의 예비일꾼들의 한숨으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한다는 소리가 하반기에는 이런 위기가 풀릴 것이란다. 2월의 무역수지가 흑자를 보이니 빠르게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비정규직법 개정에 속도를 올린다. 고작 내놓은 것은 또다른 비정규직인 행정인턴이다. 그것도 이미 김대중 정권부터 내놓은 정책의 재발매에 지나지 않는다. 직업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도 없고, 실제 능력 계발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이미 지난 몇 년간의 경험으로 입증되었다. 민간에서 시작된 '일자리 나누기 운동'은 마치 정부의 아이디어인 양 청와대에서부터 생색내기 시작했다. 한술 더 떠 입사할 사원들의 초임을 깎아서 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경기 회복 시를 대비해서라도 기업들은 숙련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을 수는 없다. 이른바 효율성 임금이다. 그렇기에 고스란히 부담을 짊어지는 것은 새로 진입하는 비숙련노동자들이다. 만드는 일자리도 문제다. 4대강 뉴딜사업이네하면서 주로 건설 단순 노무자들을 만드는 토건식 경기부양이 대부분 아닌가. 조금 더디더라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3년 후 5년 후에 계속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줘야지 땜질식 처방을 해서는 안된다. 인터넷에서 녹색뉴딜이 아니라 '녹슨 삽딜' 정책이라는 비아냥마저 떠돈다. 문제는 이런 세대간 임금 격차는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노동시장을 사분오열시킬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의 효율성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산업구조는 과거의 표준적인 노동력에 의존하는 것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이미 우리나라의 산업은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시기에 도달했다. 이런 생산성 높은 노동자는 안정된 삶에서 나온다는 것은 네덜란드나 스웨덴 같은 국가에서 입증한 바다. 위기는 기회라는 대통령의 말이 역설적으로 들리는 대목이다. 일자리는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창출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물론 현재의 급박한 상황에서 일자리 나누기는 어쩌면 단기적으로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제 있었던 노사민정대타협선언과 같은 경우에도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국민적 결단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런 일자리 나누기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이미 취업 일선에서 내몰린 사람들에 대한 안전망을 확보하는 일에도 최선의 노력을 하여야 한다.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지원금 11조4000억원, 공공서비스 일자리 20만개 창출을 위한 예산 2조5천억원,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 확대 비용 9조6000억원, 실업급여 기간확대 및 수급조건 완화를 위한 예산 1조6000억원 등 총 31조9000억원의 예산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예산지원을 해줄 수 없다고 한다면 사회적 대타협을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미 국민들은 스스로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에 걸맞는 정책과 안전망을 구축하는 길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전 영국 한인대표신문 한인신문,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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